익명의 독지가 기부 줄이어

[충청일보 지역종합]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전달만 해주세요" '얼굴 없는 천사들'의 연이은 온정이 겨울 한파를 녹이고 있다. 

20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사무소에 쌀 20㎏들이 50포대가 전달됐다. 칠성면의 한 마트에서 배달됐는데, 마트 측에서도 배달 부탁만 받았을 뿐 주문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칠성면은 지난해 연말에도 익명의 독지가가 쌀 50포대를 면사무소 앞에 놓고 간 만큼 올해도 같은 인물이 기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주영서 칠성면장은 "기탁받은 쌀은 기부한 분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는 한 여성이 불쑥 찾아와 흰 봉투를 내밀고 떠났다. 봉투 안에는 2만장의 연탄(1500만원 상당) 보관증만 들어있었다. 기부자는 16년째 이런 선행을 하면서도 신분을 밝힌 적이 없다. 

제천시 관계자는 "봉투를 건넨 분에게 기부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만 부탁한다'는 대답만 남기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는 제천시 교동행정복지센터에 중년의 한 남성이 찾아왔다.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어려운 이웃을 써달라"며 현금 200만원을 건내고 사라졌다. 

교동 복지팀장은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부탁드렸으나 기부자는 밝히길 원치 않는다며 조용히 자리를 떠나셨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전 동구 효동과 판암1동 주민센터에는 화물차 한 대가 도착했다. 짐칸에는 쌀가마니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가 3년 전부터 보내오는 사랑의 쌀이라고 주민센터 측은 전했다. 그는 효도주민센터에 480㎏, 판암1동 주민센터에 520㎏의 쌀을 각각 전달했다.

지난 6일 고사리손으로 꼭꼭 눌러 쓴 손편지 20통과 이불 20채가 충북 충주시 연수동행정복지센터에 배달됐다. 자신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으로 소개한 편지에는 "작은 선물이지만 꼭 필요하신 할머님·할아버님께 전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 학생은 편지에 "졸업을 앞두고 얼마 전 장학금을 받게 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어르신들이 학교 앞과 동네를 지켜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기부 동기를 설명했다. 

한인수 연수동장은 "천사같은 마음을 소중히 여겨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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