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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보름여전 단풍이 얼마 남지 않고 오솔길의 낙엽이 사각사각 밟히던 날 아내와 함께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을 걸었다. 독립기념관을 에워싸고 3.1킬로미터 단풍나무가 심겨져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짓궂은 바람에 갓 떨어진 단풍잎이 나풀나풀 날리고 길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은 이리저리 쓸려 가고 있었다. 조금은 스산한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가을의 끝자락을 좀 더 잡고 싶은 마음에 아주 천천히 길을 걸었다. 그리고 한 줄의 시를 떠올려 보았다.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신찬인칼럼
충청일보
2017.11.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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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딸아이와 사위가 다녀갔다. 그러고 보니 결혼한 지 꼭 2년이 되었다. 둘이 금슬도 좋고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살고 있어 늘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가끔 친구들이 카톡에 손주와 놀고 있는 모습을 올릴 때면 우리 딸과 사위는 언제 손주 보게 해주려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다음에 집에 오면 한번 물어볼까 하다가 스스로 고개를 젓고는 한다. 자신들이 더 많이 고민할 텐데 괜스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장래 인구 예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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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11.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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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유럽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관광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시내를 벗어날 무렵 경찰관들이 차를 세우고 검문을 한다. 처음에는 금방 끝나겠지 했는데, 경찰관과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차량운행기록장치인 타코메타를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타코메타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차량의 운행 속도와 거리, 시간 등이 기록된 메모리카드란다. 유럽에서는 운전기사의 졸음방지와 안전운행을 위해 2시간 운행하면 15분, 4시간 운행하면 30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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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9.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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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겨울도 아닌데 웬 크리스마스 타령이냐고 할 것 같다. 어떤 분은 "아 그 영화"하며 배우 한석규와 초원사진관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캐럴 송을 흥얼거리며 산타클로스를 상상할 것도 같다. 얼마 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저녁 청주아트홀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음악회가 있었다. 청주시복지재단의 주관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힐링 나눔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2014년부터 청주지역의 복지기관과 시설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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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8.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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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제19대 대통령 취임 연설문에 나오는 말이다. 몇 번을 듣고 또 들어도, 읽고 또 읽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던 날, 이 말을 들으며 '정말 그런 사회가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간절히 소망한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단 몇 마디에 불과한 이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왜 일까? 문장이 수려해서가 아니라 새 정부의 비전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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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8.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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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점심 식사를 어디서 해야 할까?' 하는 게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매일매일 먹는 점심이고, 사방에 식당이 널려 있는데 무엇을 먹을까, 어느 식당으로 갈까를 결정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입맛과 가격대, 거리 등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거기다 다른 동료들의 취향까지 일일이 고려하다보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가장 인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의 메뉴를 선택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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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7.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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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때로는 힘차고 격정적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초록빛 나뭇잎에 손짓하고 붉은 꽃잎에 입 맞춘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가볍게 일렁인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추어 함께 박수치며 어깨춤을 추었고 대통령께서도 자연스레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청남대의 너른 호수엔 어느덧 저녁노을이 드리운다.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의 선율에 관객들의 아련해진 마음은 노을 진 호수로 살며시 잠겨든다. 청남대에 재즈음악회가 있던 날, 녹음이 짙게 깔린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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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6.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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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감미로움이 차안에 가득하다. 노래의 중간 중간에 DJ가 소개하는 청취자들의 사연 또한 사람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오늘의 사연은 결혼 10주년인데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자 누군가는 여행이 최고라고 했고 누군가는 장인과 장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빠져 있다가 불현 듯 오늘이 며칠이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맘 때 즈음이면 나도 결혼기념일인데 하는 생각에 기억을 되살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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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5.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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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선배님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적게는 한 살, 많게는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언제부터 인가 주된 대화의 내용은 건강과 소일문제이다. 오늘도 대화의 시작은 누가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어떻게 소일하고 있는 지로 넘어 갔다. 이야기 끝에 그 중 한 분이 본인은 자격증과 수료증이 29개라고 한다. 퇴직한지 몇 년 동안 혹시나 써먹을 수 있을까 해서 이런저런 교육을 받고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심리치료사, 노인상담사 등 그렇게나 자격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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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4.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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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삼일절 아침이다. 예년 같았으면 기념식에 참석하느라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다. 태극기를 걸고 나서 그래도 무언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개봉되었을 때 영화관에 가 봐야지 했다가 그냥 넘겼던 『동주』라는 영화를 다운 받았다. 일본 경찰이 수의를 입은 윤동주 시인을 고압적인 자세로 심문하는 광경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그 당시 윤동주 시인의 나이는 26살 꽃 다운 청년이었지만 공포에 질린 얼굴과 얼기설기 깎아 놓은 짧은 머리는 흑백영상과 어우러져 어둡다 못해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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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2.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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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햇살이 너무 좋아 무심천으로 산책을 나섰다. 바람 한 점 없는 따사로운 겨울 날씨에 눅눅했던 기분이 봄바람에 겨울눈 녹듯 사라진다. 평생을 무심천을 끼고 살아왔는데도 걸을 때마다 그 느낌이 늘 다른 것은 그 만큼 정도 들고 추억도 많기 때문이리라.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 흐르는 물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돌돌돌 소리 내며 흐르는 물에 햇살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흐트러진다. 그러다 물속의 보석 같은 조약돌을 보고 문득 아주 오래 전의 일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인 듯싶다. 방과 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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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2.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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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지난해 말 32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흔히들 얘기하는 퇴직이라는 것을 한 것이다. 어차피 공무원들은 정년이 법에 규정되어 있어,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퇴임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었기에 마음에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가끔 은퇴 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얘기가 나오면 은근히 걱정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인지 지난 해 말에는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는 안락의자를 생일선물이라며 사 주었는가 하면, TV가 고장 나자 잘 됐다는 듯이 대형TV를 새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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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1.19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