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가뭄·폭염 피해 심각
생산량 줄고 상품성 떨어져
인건비·농약값 감당 힘겨워

▲ 충북 옥천군 군북면 증약리의 한 배 재배농가에 선녀벌레 피해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한 배들이 쌓여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사과 농사 11년 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 겪습니다."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충북 옥천지역 과수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17일 청성면 도곡리의 한 사과농장.

3966㎡(1200평) 규모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주모씨(69)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초 냉해에 여름철 가뭄과 폭염으로 과일의 수확량이 크게 준데다 상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씨는 "올해 초부터 발생한 냉해 피해와 착과 불량에 열과현상까지 겹치면서 사과 수확량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열매가 반으로 흉하게 갈라지고 썩는 등 멀쩡한 사과가 많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 여름 폭염이 계속되면서 강한 햇살에 노출된 사과들이 변색되는 '일소(햇볕데임)현상'도 심각했다.

주씨는 "올해 여름 35도 이상의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전체 사과 중 40% 정도가 일소 피해를 입었다"며 "과육에 검붉은 점이 생겨 상품성을 잃어 사과밭에 뿌린 약값도 안 나올 판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과 가격은 올라 그나마 위안이다.

주씨는 "사과 한 상자(5kg)가 4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30% 가까이 상승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배 재배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봄 냉해와 여름 가뭄과 폭염, 병충해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작황이 예년보다 못하다.

군북면 증약리와 자모리 일대 2만9700여㎡ 밭에서 20년 넘게 배 농사를 짓는 이모씨(60)는 "올 봄 이상기온으로 개화시기에 저온피해를 입어 착과율(과수에 열매가 열리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수확량이 30~40%나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폭염과 가뭄으로 외래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기승을 부리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특히 올 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활동성이 강해지고 개체수도 증가해 수확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자두 재배농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청성면 조천리에서 6611㎡(2000평) 규모의 자두 농사를 짓는 안모씨(60)는 "자두나무마다 열매가 듬성듬성 달려 작년 대비 30%만 수확했다"며 "인건비는 물론 농약값도 건지기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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