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환자 차 안서 숨져
온열질환자 956명… 사망 10명

[충청일보 지역종합] 연일 35도를 훌쩍 넘기는 '살인 더위'에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충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17분쯤 충남 홍성군 홍성읍의 한 아파트 도로에서 A씨(21)가 주차돼 있던 B씨의 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B씨는 "전날 저녁에 차 문을 잠그는 것을 잊고 세워뒀는데, 웬 남성이 뒷좌석에 누워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A씨는 얼굴이 파랗게 변한 채 열경련 증세를 보였으며, 체온이 42도까지 올라가 있었다고 소방본부는 전했다. 이날 홍성의 낮 최고기온은 35.9도를 기록했다. A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폐성 질환이 있어 차 문을 안에서는 열지 못한다"며 "이날 아침 8시부터 보이지 않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 대성산에서 등산 중에 실종된 C씨(46) 시신을 119구조대가 발견했다. C씨 시신은 등산로 인근 급경사지 나무 옆에 배낭을 멘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C씨는 지난 14일 영동 천태산 등산을 위해 20여㎞ 떨어진 옥천 마성산에 혼자 오른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C씨가 탈진하거나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보도블록 작업을 하던 D씨(39)가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튿날 숨졌다. 당시 D씨 체온은 43도로 열사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청원구 북이면에서도 축사 증축 공사를 하던 용접공 E씨(63)가 숨진 상태로 동료 일꾼들에게 발견됐다. 이날 청주의 수은주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34도까지 치솟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519개 응급실로부터 수집한 온열질환자 진료현황을 보고받아 발표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 신고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7월20일까지 전국에서 956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1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환자 549명에 사망자 3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통계다. 

충청권(대전·세종·충남·북도)에서는 128명의 온열환자가 발생, 이 가운데 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온열환자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보고된 온열질환자 6500명 중 40%는 낮 12시∼오후 5시 발생했고, 집안이나 작업장 등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도 20%에 달한다"며 "온열질환이 집중되는 8월 중순까지는 폭염에 대비한 안전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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