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충청권서도 감지… 119상황실 수백건 접수
일부 회사원·학생들 건물 밖 뛰쳐나오기도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중 정회 선포
아산 온양·청주 반도체 공장 생산차질 없어

[충청일보 지역종합] 15일 경북 포항발(發) 지진으로 한반도가 흔들렸다. <관련기사 3면>

이날 오후 2시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났다. 이는 지난해 9월12일 인근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난 지 1년2개월 만에 발생한 강진이다. 

포항에서는 이후 수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이날 지진으로 포항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오후 3시 기준으로 도내에서 경상 4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7건의 구조활동도 폈다. 

지진이 발생하자 대다수 포항시민은 건물 밖으로 나와 대피했다. 

포항 곳곳에서는 피해가 잇따랐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섰고, 괸리소 벽체가 떨어졌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면서 차가 부서지기도 했다. 유리창이 깨졌으며, 집 안에 있던 액자나 책이 떨어지거나 마트 물건이 쏟아졌다.

◇충청권 전역에서 감지… 큰 피해 없어=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대전·충남·북·세종에서도 감지됐다. 포항에서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건물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지진동이었다.

충북도소방본부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불안을 느낀 주민들 신고가 292건이나 접수됐다. 충남 100여건, 대전 103건, 세종 3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대전경찰청에도 "지진이 났느냐"고 묻는 112 전화가 30건 가까이 걸려왔다.

충청권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2017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2시39분쯤 도의회 건물이 진동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에 박봉순 도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최광옥 행정문화위원장이 "지진이 발생한 것 같다. 잠시 정회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감사는 진동이 완전히 멈춘 게 확인된 뒤 10여분 만에 재개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소방훈련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보은군청 공무원들도 지진동을 감지한 뒤 한때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괴산 송면중학교 교사와 학생 30여명은 지진동이 발생하자 30초 만에 운동장으로 전원 대피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학생 안전에 유의하고, 피해 상황 파악과 함께 피해가 확인되면 즉시 보고하라고 각급 학교에 알렸다. 

세종시청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며 일부 직원들이 청사 밖으로 대피했다. 

세종 한솔동 6층짜리 건물에 근무하는 모 회사 직원 20여 명도 건물이 갑자기 흔들려 1층으로 몸을 피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시험 준비를 하던 대전 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10여명 역시 진동이 느껴지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충남 태안군 남면 곰섬에서도 주택이 흔들렸다.
지진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나 피해는 전혀 접수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진 직후 충남 아산의 온양 공장 등을 대상으로 상황 파악에 나섰으며, 현재까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에서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나 생산라인 중단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여진이 계속됨에 따라 상황을 계속 파악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의 한 관공서에 근무하는 J씨(32·여)는 "건물바닥이 흔들리는 듯 싶더니 긴급재난문자가 곧바로 와서 지진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며 "순간 놀라서 한동안 정신이 멍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주부 K씨(39·여)는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강한 진동을 느껴 몹시 놀랐다"며 "자던 아기도 지진을 감지했는지 눈을 순간 떠서 가슴이 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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