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연수 비난 여론에
집단심리 '설치류' 비유
불쾌한 심기 여과없이 표출
조기 귀국 권유에도 버티기
방송 이후 인터넷 실검 1위
지역정당 등 각계 비난 쇄도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도민들을 뒤로한 채 유럽 해외 연수를 떠나 비난을 받고 있는 충북도의회 의원들 중 한명인 김학철 의원(한국·충주1)이 "국민들이 레밍같다"고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말한 '레밍(lemming)'은 '나그네쥐'로 불리는 (쥐과) 설치류다. 레밍은 집단 이동 습성으로 유명하고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가다 바다나 호수에 빠져 죽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맹목적 집단 심리를 설명할 때 레밍의 예시를 들기도 한다. 뚜렷한 주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편승 효과'를 '레밍 신드롬(Lemming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번 해외 연수에 대해 자신들을 비난하는 여론에 불만을 품은 김 의원의 항의성 표현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며 불쾌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조기 귀국 권유에 대해서도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돌아가겠다.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며 버티다 다시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이후 20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로 '김학철', '레밍' 단어가 올라왔고, 각계 비난이 쏟아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국민을 쥐로 비유한 도의원, 김학철은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을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에 비유한 것은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국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개·돼지'에 빗대 국민적 공분을 산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망언보다도 더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라며 "자유한국당은 즉각 김학철 의원을 제명하고 충북도의회는 근본적 책임을 지고 도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정당들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충북도당은 성명에서 "후안무치한 김학철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며 "국민들을 '설치류'같다고 비난한, 입에 담기도 힘든, 상상하기 조차 힘든 참담한 발언들이 이어졌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그에게는 지방의원으로서 자질과 소양을 갖추라는 충고도 아깝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설치류로 만들려 하지 말고 본인 먼저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당충북도당도 "충북도의회는 충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고, 김 의원은 그 기관에 속한 충북도의원"이라며 "김 의원은 충북도민과 충주 시민을 매우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정의당충북도당은 "김 의원은 물난리에 외유를 떠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적반하장격으로, 어떻게 도의원이라는 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는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도민을 대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거나 인격적 결함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며 반성없이 반복적 발언과 행태를 보이는 인물이 지역정치판에서 활개칠 수 있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월 태극기집회에서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미친개'에 비유해 도의회 윤리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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