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유현미 개인전' 숫자가 가지는 유기적 세계 드로잉으로 표현해 보여줘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사비나미술관이 3월, 첫 전시로 진행하고 있는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수(數)의 시선' 이라는 제목으로 숫자가 가지는 보다 정신적이고 유기적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드로잉으로 표현해 보여준다.
화이트큐브의 미술관 공간을 흰 도화지로 재탄생 시켜 검은 테이프를 이용해 거대한 공간 드로잉 작업을 펼친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공간과 사물을 회화로 전환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의 세계, 사진과 그림,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며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일상적인 공간을 3차원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고 4차원적이란 느낌을 갖도록 연출하는 것이 작업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다.
그림이 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문자보다 먼저 생성되고 전 세계의 공용어로 사용되는 숫자, 디지털세계를 지배하는 우리 현실 속의 숫자에 집중해 숫자가 가지는 다층적인 상징과 의미를 되새긴다. 형식적인 측면으로는 그동안 색(빛)을 입혀 그림처럼 현실을 재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해 사물과 공간을 숫자의 세계로 끌어들여 보다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수년전부터 '수의 육체(Physical Numerics)'라는 주제로 숫자를 입체적이고 철학적으로 바라봐 온 작업은 '수(數)의 시선' 이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숫자의 보다 정신적이고 유기적이며 영속적인 세계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보여준다.
작가는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아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공간을 상상하고 재해석해 미술관을 흰 종이로 보고 그 안을 검은 선이 어우러진 거대한 드로잉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수학자의 눈으로 사물과 공간과 사람조차도 그만의 수식으로 바라본다는 상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은 1층 전시장에 드로잉 된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마치 거대한 화면 안으로 이동 한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색을 쓰지 않은 채 검은 선과 숫자로 가득한 공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간과 시간, 입체와 평면, 물질과 비물질 사이를 오가는 이색적인 체험을 유도한다.
총 12점이 전시되는 지하전시장에는 공간 드로잉 과정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 상영함으로써 전시장은 거대한 드로잉 북의 개념으로 연출된다.
학교복도, 욕실, 강의실, 작업실 등의 일상의 곳곳에서 진행된 다양한 드로잉 퍼포먼스는 작가와 퍼포머의 두 사람의 선택과 갈등에 의해 즉흥적으로 그어(붙여)지는 예측할 수 없는 선과 선의 만남이 하나의 형상이 되어가고 흐트러지는 과정에서 세상의 우연한 질서와 이치를 발견하게 한다. 
면과 선, 백과 흑이라는 형과 색의 기본 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이전의 입체적으로 바라본 숫자에 대한 의미와 사고를 보다 확장시킨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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