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11일 충북을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최대 쟁점현안인 KTX 세종역 신설 논란과 관련, 어정쩡한 입장을 드러내 충북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문 상임고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TX 세종역 신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철도시설공단에서 타당성 용역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4월 나올 결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해갔다.
문 상임고문은 충북 방문을 의식해서인 듯 "그렇다고 세종역 신설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편익비용이 낮더라도 정치적·정책적 차원에서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은 문 상임고문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과 단체장이 촉발한 갈등 현안이라는 점에서 문 상임고문은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마땅하다.
특히 스스로를 검증받고 준비된 대선 후보라 자임한다면 원칙과 소신을 토대로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오송역이 위치한) 충북도와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는) 세종시 모두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누구나 내놓을 수 있는 '언어적 유희'일 뿐이다.
더욱이 적어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정치적 신념과 확고한 철학이 있다면, 이번 충북 방문을 통해 KTX 세종역 신설 논란에 대해서도 확실한 판단과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충북도민의 기대감을 외면한 행태다.
그의 원론적 언어유희는 충북도와 세종시 어느 한 지역에서든 인심을 잃지 않겠다는 자신의 정치적 속내만 드러낸 좌고우면(左顧右眄)의 단면이다.
그가 주군으로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수도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이를 대선공약으로 내놓고 실천한 정치적 신념과 철학의 소유자다.
그러한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계승한 후계를 천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북도든 세종시든 어느 한 지역의 반발이 있다 하더라도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확고한 입장을 제시하는 소신이 필요하다.
설령 그로 인해 자신의 지지기반에 균열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러한 원칙과 소신을 지닌 정치인이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문 상임고문의 충북 방문은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충북 방문에 앞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정략적 행보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흔적만 남겼을 뿐이다.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조차 꺼리는 정치인이라면, 향후 정책적 신념과 소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수많은 국가적 현안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추론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정치인을 검증되고 준비된 대선 후보로 인식하고 지지할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따라서 문 상임고문은 이제라도 KTX 세종역 신설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촉구한다.
정치적 셈법에 함몰돼 유보적 입장만을 견지한다면,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또한 유보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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