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을 통해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 돋보기’, 이번에는 여야 극한 대치로 파행을 겪다 가까스로 정상화 된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겁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파행 끝에 10월 4일 정상화됐습니다. 국정감사는 9월 26일부터 시작됐지만, 그동안 여야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적 의회 운영 시비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이콧(전면 거부)을 선언, 일주일을 허송세월하다 이날 복귀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국정감사에서는 현 정권에 쏠리고 있는 각종 의혹과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여야가 '창'과 '방패'로 부닥쳤습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적정하게 추진됐는지 따져졌고, 세계 7위 한진해운의 몰락 책임 규명이 진행되면서 날카로운 설전이 오갔습니다.

특히 청와대 실세 개입과 정권 비선 관여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퇴 등 굵직한 사안들이 거론됐습니다.

일주일을 허비했다며 기간을 예정보다 4일 연장한 이번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습니다. 이 냉소적 반응은 여야가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부르짖던 협치를 저버리고 국정감사마저 표류토록 한 데 대한 질책입니다.

여야 대치는 국정감사 파행과 함께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대화와 양보, 타협과 절충을 외면하고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운 여당 대표의 단식은 별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야당 역시 거야(巨野)를 앞세워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고, 사단을 제공한 국회의장도 국회 운영의 '심판'이 아닌 '선수'로 뛰었다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 실망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런 국민의 심정은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나 한국갤럽이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의 만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가진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로 나왔습니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1%포인트 떨어진 수치입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31%와 24%로 역시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런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남은 기간 제대로 된 국정감사로 '잃어버린 일주일'을 되찾아야 합니다. 감사 기간 반짝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은 자제하고, 그들 스스로 의혹이라 했고 국민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각종 사안에 대해 가능한 명쾌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의혹은 파헤치되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불필요한 논쟁을 삼가야 합니다.

여야가 입만 열면 내세우는 국민을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국정감사라는 보검을 제대로 휘두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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