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조신희 기자] "Manner Makes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사진=인터하우스 제공)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가 에그시(테런 에거튼 분)를 괴롭히는 동네 건달들을 향해 날리는 대사이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동네 건달들은 해리 하트의 화려한 우산 액션에 박살이 난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매너가 있었다면 그토록 무참하게 얻어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너와 에티켓은 종종 바른 생활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뜻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매너가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방법 또는 박식의 의미를 가진다면, 에티켓은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 남의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말한다.

즉 매너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몸가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불편이나 폐를 끼치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에는 타인이 느끼는 태도적인 방식을 나타낸다. 개인 또는 개별의 의미로 그 사람을 얘기할 때 매너가 "좋다" 또는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인터하우스 제공)

영화 '매너선생님(감독 노진수)'은 매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남자가 우연히 매너선생님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매너있는 삶으로 변해간다는 내용의 핑크코미디 무비다. 핑크무비의 대가 노진수 감독의 야릇함 속에 유머를 더한 연출과 스토리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상기획의 대리 현무(김민기 분)는 업무적인 능력과는 별개로 매너의 기본도 모르는 직장인이다. 현무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윤 대표(박인수 분)는 팀장에게 매너선생님을 고용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현무 앞에 매너선생님이라고 하는 묘령(여민정 분)이 나타난다.

묘령은 현무에게만 보이는 인물이었다. 현무가 노크를 하거나 매너있는 행동을 할때마다 현무 앞에 나타나 전방위적인 매너교육을 실시하는 묘령은 현무를 당황하게 만들지만 묘령의 미모와 러블리함에 현무는 빠져든다. 급기야 두 사람은 기본매너부터 섹스 매너까지 진도가 나가게 된다.

영화는 묘령에게 매너교육을 받을 때마다 변해가는 현무의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 초반만해도 매너와는 담을 쌓은 살고 있는 현무는 직장 동료들은 물론 대표에게도 인정을 받는 매너남으로 변모해 간다. 그러던 중 신입사원 유진(조유진 분) 역시 현무처럼 과거 매너선생님을 만났던 사실을 알게 된다.

현무가 묘령의 매너교육에 충실히 임하는 것은 진정으로 매너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묘령을 통해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묘령 또한 교육을 충실히 따라오는 현무에게 몸을 허락하고, 보다 과감한 쾌락을 현무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현무가 쾌락만을 위한 섹스를 추구하자 그에게 실망하고 만다.

▲ (사진=인터하우스 제공)

현무는 오늘날 나이만 먹은 철없는 남자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기본적인 매너조차 배우지 못한 성인 남성이 얼마나 꼴불견으로 보일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당연히 섹스에 있어서도 엔조이만을 강조할 뿐 진정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현무는 내연 관계인 직장 동료를 엔조이 파트너로 여길 뿐이다.

영화 초반부 매너없는 살아가던 모습의 현무와 묘령에게 매너교육을 받는 현무, 마지막으로 진정한 매너남으로 거듭난 현무의 모습은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진실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기적까지 완성하며 마무리 된다.

영화는 핑크무비를 표방하고 있지만 노출이나 섹스 장면은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김민기, 여민정, 조유진 등 배우들이 발산하는 야릇한 분위기가 영화의 섹시함을 더 한다. 특히 여민정은 사랑스러움과 요염함을 오가는 묘령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무매너남에서 매너남으로 변해가는 김민기의 모습도 눈여겨볼만하다.

▲ (사진=인터하우스 제공)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매너가 몸에 배인 듯한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여성들은 이같은 매너남들에게 호감을 갖는다. 반면 매너없는 남자들에게는 '한남충' '개저씨' 등 혐오 표현을 쏟아낸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사실 '매너남'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은 없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고의 매너다. 결국 매너선생님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향한 존중과 배려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최고의 '매너선생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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