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방자치단체 인사청문회는 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고 지방공기업 등 산하 기관장의 자질과 전문성 검증을 위해 마련된 법적 장치다. 

충북도 역시 지난해부터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충북도의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당시 16대 국회가 2000년 6월 23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국회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인사권자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인사권 행사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정 이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에 이어 국무위원 내정자까지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국회는 청문회만 개최할 뿐 국무총리 후보와는 달리 임명동의안 표결 의무는 없다. 내정자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 제출은 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대신 후보자들의 흠결을 언론 등에 공개하면서 여론을 의식해 자진사퇴하는 사람도 생겼고 대통령이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북에선 2015년 인사청문회 도입이 논의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에 저촉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이시종 도지사가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6월 도와 도의회는 인사청문회 도입에 협의했다. 

이후 시행 시기와 적용 대상 등에 대한 이견으로 2개월 정도 답보상태를 보인 뒤 9월 16일 출자·출연기관 4곳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막기 위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책 검증은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도입 논의 당시부터 '무용론'이 제기돼 왔다. 

도의회에서 청문을 진행하긴 하지만 후보자가 단수로 추천된 데다 부적격 의견이 나와도 임명권자인 도지사가 승인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도의회의 의견은 단순 참고용일뿐 의회가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행사를 막을 수 없다. 

지난 1일 취임식을 가진 박문희 도의장이 인사청문회에 대한 보완 계획을 밝혔다. 

박 도의장은 "현행 인사청문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도의회가 반대를 해도 결국 지사가 임명하면 끝난다"라며 "후보자를 복수 추천받아 의회에서 먼저 검증하고 추천하는 방식 등 보완책을 마련해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충북도의 인사청문회 절차는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물론 도민들의 알권리 조차 확보되지 못한다. 후보자를 불러놓고 자신이 임명된 산하기관의 운영계획과 포부 정도를 듣는 수준이라면 굳이 청문회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순 없다. 지난해 첫 도입된 충북도의 인사청문회가 정말 도정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선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적 모순이나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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