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지자체 경쟁 본격화
청주 등 4파전… 선정땐 1만여명 고용 창출
"4% 경제규모 실현 위해 道·市 적극 나서야"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한 충북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본격화 됐다.

충북도 입장에선 4% 경제규모 실현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고용 창출 효과가 1만명 이상에 달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 차원에서 요청하면서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충북 청주시를 비롯해 경기 용인·경기 이천·경북 구미 등이 의회를 통해 유치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경기 용인시다.

SK하이닉스가 정부와 공동으로 특화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용인시의회는 지난달 2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발 빠르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용인시는 스스로 최적의 후보지로 자평하면서도 다른 지자체에 자극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적극적인 유치홍보에는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시의회도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천에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천시의회는 "SK하이닉스는 힘들 때마다 이천시민이 응원하며 지켜낸 '시민 기업'"임을 강조하면서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사가 있는 이천시에 건립되도록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금 늦게 유치전에 가세한 청주시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우며 수도권지역 유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20일 건의문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대·중소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자금 120조원을 10년간 투자하기로 한 정부의 구상이 수도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용인을 입지로 SK하이닉스와 협의를 벌인다면 망국병인 수도권 과밀·집중 및 국토 불균형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구미시는 교통 접근성은 불리하지만 대규모 산업용지인 구미국가산업5단지 1단계 사업의 분양가를 낮추거나 2단계 사업 원형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 논의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입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수도권 지자체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지역 균형발전론 등 경제 외적인 요소도 변수가 될 개연성이 큰 만큼 아무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더욱 적극적인 구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충북 경제계 인사는 "지난해 충북지역 경제규모 성장에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의 활동과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시종 충북지사가 바라보는 4%를 넘어 5% 경제규모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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