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2년 연속 국회의원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국회의원의 연봉은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하는 일'은 과연 몇 번째일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국회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47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쫓겨 부실·밀실 심사가 반복됐다.예산안을 늑장·날치기 통과시키는 것도 모자라 의원 세비(수당)를 2년 연속 인상시켰다 밀실에서 예산을 졸속 심의하면서 제 밥그릇은 알뜰히 챙긴 꼴이 됐다. 게다가 여야 할 것 없이 실세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곳곳에 반영하며 '민낯'을 드러냈다. 예산안 늑장처리로 비난을 받아온 여야가 의원 세비인상에는 한몸 한뜻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내년 의원세비를 1.8%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2.6%에 이어 2년 연속 인상이다. 공무원 보수 평균인상률에 따른 것이라지만 세비동결은 물론 인하까지 요구해온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졌다. 세비동결을 전제로 소수 야3당이 단식을 하면서 추진해온 의원정수 확대와 비례대표 강화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이러니 연동제 비례형으로 선거개혁을 하더라도 의원수를 절대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5천만 원 가량인데 이번 세비인상으로 기본급에 해당하는 수당이 2백만 원 가까이 증액됐다. 게다가 의원과 보좌진 급여 등 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예산만 연간 7억 원에 이른다. 일 년 내내 정치공방으로 국회의 생산성은 최하위인데도 월급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뛴 셈이다. 국회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비난의 여론이 일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게 됐다.

세비인상이 알려지자 청와대 게시판에는 동결이나 삭감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휘몰아치는 경제 한파 속에 국민들은 조였던 허리띠도 다시 동여매야 될 지경이 됐다. 피땀 같은 국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일 것인데 그렇지 못해 씁쓸하다.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쪽지 예산 근절을 다짐했지만 정치권의 나눠먹기 관행 역시 달라진 게 없었다. 올해는 밀실에서 ‘짬짜미 예산’을 심의하는 것도 모자라 2년 연속 국회의원 세비를 올려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구태는 올해도 반복됐다. 2019년도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쪽지예산'을 주고받는 구태도 되풀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국민 세금을 지역구 생색내기에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에 대해선 증액을 요구한 국회의원을 밝히고 그 증액 절차가 적법했는지 따지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1년 국회 최대 '대목'인 예산 시즌에는 각 당의 전략에 따라 '정쟁'을 피할 수 없다. 올해는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예산안과 연계하면서 심의가 지연됐고, 결국 야 3당이 '패싱'된 채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사상 유래 없는 여당과 제1야당 간 연대인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탄생하기도 한 분위기였다. 시간에 쫓겨 기형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이다. 정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여야가 좀 더 심사숙고해 예산을 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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