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마틴부버는 "모든 참다운 삶은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하여 만남의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했고,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만남을 "겉 사람과 겉 사람끼리의 피상적 만남과 인격과 인격끼리의 실존적 만남"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인연 중에서 스승과의 만남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공자와 그 제자 안연의 만남,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인 플라톤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장래 정치가를 꿈꾸었던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를 만나서 진로를 바꿔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도 훌륭하신 스승을 만나 진로를 바꾸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아왔고, 나는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하며 살아왔다.

나와 청주대 총장이셨던 정용태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휴전 후의 어수선하고 가난했던 시절인 1950년대 중반 고향인 음성중학교에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영어를 가르치시며 대학원에 재학 중이셨고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시기에 힘쓰시고 사표(師表)로서, 제자들에게 인격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셨다.  지난 1999년 고향인 음성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니 제일 먼저 선생님이 떠오르며,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청주고에 입학하니 같은 구내에 있는 청주중 교사로 계시다 1년 후, 청주대로 자리를 옮기셨다. 선생님께는 내가 서울대 상대에 실패한 후 청주대 법학과에 입학하여 다시 가르치심을 받는 두 번째의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과는 음성군 동향이시고, 음성중과 청주대 동문이시니, 그 많은 인연과 만남, 내게는 크나큰 복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총장을 지내셨어도 총장님으로 부르기 보다는 선생님으로 우리의 곁에 계시고 내 삶의 영원한 스승이시다. 그리고 학생들을 지도할 때면 선생님의 말씀과 선생님의 곧고 인자하신 모습을 떠올리며 생활했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던 학창시절이 60여년이 지났으니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부싯돌 불빛 (石火光中) 같다는 채근담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는 흐트러짐이 없으신 선비의 자세로 견문이 적은 제자들에게 삶의 방향을 잡아주시고, 꿈을 심어주셨으며 인사(人師)로서 저희들의 사표( 師表)이셨고, 졸업 후에도 70년대에  대학원 진학 등 어려운 고비마다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 교직에 몸 담아왔다.  나는 지난날 교장으로 승진이 된 이후에 어렵고 결단이 필요한 때면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향인 음성고, 청주시 청운중, 모교인 청주고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신 선생님께서는 모교인 청주대학교 총장직에서 퇴임하신 후에는 학자로서의 모습을 지키시며 고향을 오가시며 생활하시고 투병으로 고생하시다 고향에서 서거하신지 오래되어 가슴 아프다. 모교인 청주고에서 정년을 맞아 교직을 떠난 지 14년을 맞으며 사제삼세(師弟三世)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백세지사(百世之師)라는 말이 떠오르며 고향에서 편히 쉬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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