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입장 차 팽팽하다 전격 합의
李 지사 평소 지역 인재 육성 필요 강조
道, 교육청에 자사고 설립 비공식 제안도
합의서 속 문구 '자사고'로 해석 가능성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지난 8월 말부터 비용 분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10일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합의했지만 그 배경에 대해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던 도가 돌연 태도를 바꾼 점이나, 무상급식과 큰 상관이 없는 '자율학교 지정'과 '명문고 육성'이 합의안에 들어간 점 등이 이유다.

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내년 전체 무상급식비 1597억원 중 인건비·운영비·시설비 823억 7000만원과 식품비의 24.3%인 188억원 등 1012억원을, 도와 시·군은 식품비의 75.7%인 585억원을 분담한다.

여기에는 내년 처음 시행하는 고교 무상급식 예산 462억원이 포함됐다. 도교육청이 288억원, 도가 174억원이다.

겉으로만 보면 도교육청의 분담 비율을 도가 모두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양 측은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놓고 3개월 넘게 대립해왔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 때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했다.
도교육청은 내년 시행을 위해 계속 도를 설득했으나 도는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초·중은 현행대로 시행하되 고교는 2019년 3학년, 2020년 2학년까지 확대 등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입장을 고집해왔다.

고교 부문 지자체 식품비 분담 비율도 기존 초·중 분담률 75.7%를 적용하지 않고 50%로 줄이자는 역제안을 했다.

도교육청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 비율대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교육감은 지난 6일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전국에서 가장 인색한 교육 투자를 하겠다는 마인드와 만났다"며 "여기에 만족해 도청에서 주는 것만 감사히 받으면 전국 시·도교육청 중 가장 나쁜 안을 감사히 받는 꼴"이라고 이 지사를 겨냥한 작심 발언까지 했다.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0일 공개된 합의서 속 '자율학교 지정'과 '명문고 육성'이 미심쩍게 보인다.
이 지사가 틈날 때마다 충북지역 인재 양성을 강조했으며 도는 도교육청에 자사고 설립을 비공식으로 제안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3일 직원 조회에서 "충북의 미래를 위해 인재 육성이 가장 크고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라며 인재 육성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달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는 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충북도가 자사고를 설립해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도를 거들었다.

이 지사는 합의서 교환 후 기자들과의 질의에서 "김 교육감이 자율학교·명문고 육성이라는 큰 결단을 해줘 합의가 잘 이뤄졌다"며 "충북 인재 육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합의서 속에 등장한 '명문고'가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를 뜻하며 도와 도교육청이 고교 무상급식과 자사고를 주고받는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평소 고교 평준화, 무상급식 확대, 자사고 폐지 등 보편적 교육 가치를 주창했던 김 교육감의 평소 지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명문고에 대한 질문에 "합의문 속 명문고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세칭'"이라고 한 김 교육감은 "좋은 교육에 대한 기대를 담고 풀어가야 할 교육적 과제로 봐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영철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명문고는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로 볼 수도 있는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개념이 다르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자체와 협의하며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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