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각 정부 부처들이 직원(공무원)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쇄도, 모럴해저드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김광림 의원(자유한국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2018~2019년 부처별 공무원 정원 증원 요구 및 반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2개 정부 부처가 올해와 내년에 늘려달라고 요청한 공무원 숫자가 총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현 정부의 증원 요구 인원의 25%인 2만 3614명을 증원 승인해 줬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 2년간 증원 숫자 1만 922명의 두배가 넘는다. 가장 황당한 요구를 해온 부처는 고용을 책임지는 고용노동부다. 이 부처는 지난해에 당시 정원인 5875명보다 120%나 많은 7134명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중 10%만 증원 받았으나, 올해 또다시 2344명 증원을 요구해 이중 25% 증원이 승인됐다. 고용부는 기업현장에서 저승사자 같은 존재인 근로감독관 3000명과 취업지원상담관 1800명 등을 한꺼번에 증원요청을 했다고 한다. 법무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법무부는 현재 정원 2만 1825명의 절반에 가까운 1만 589명이나 올 한해에 증원하겠다고 승인을 요청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국세청과 복지부도 정원의 40~76%에 달하는 증원을 요청했으니 도긴개긴이다.

정부 부처가 자기 부처 정원의 1.5배에서 절반에 가가운 숫자를 한꺼번에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공무원들이 정신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직원을 줄이고 알바생들까지 내보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노동 현장을 너무 외면하는 처사다. 각 부처의 장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라서 그런가, 국가재정이 거덜나도 좋다는 건가 묻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자동화의 심화, 작은정부 지향 등으로 거의 모든 공·사기업들이 각 부문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추세를 외면하는 것이며, 국민세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태도라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물론 꼭 필요한 인원은 확충해야 하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한해에 정원의 배가 넘는 인원을 요구하는 건 일종의 폭거이며, 새로운 부처를 창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공무원 1명을 뽑으면 규제도 비례해서 늘어나고, 철밥통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정년까지 30년 이상 신분이 보장되는 만큼 오랜기간(약 60년간) 월급과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기간 5년 동안 공무원을 17만 4000명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 가운데 올해와 내년도에만 2만 3614명을 증원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총액은 12조 7516억원에 달한다.

17만명이면 연금만 94조원에 달하고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에 공무원 17만명 증원시 월급을 포함해 327조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돈은 다 국민 세금이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은 이미 고갈돼 매년 혈세로 적자를 매년 2조원씩 메워주고 있는데 향후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8조2011억원을 지원해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증원 요청은 정부의 대국민 갑질이며, 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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