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가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어 정부는 철저한 조사로 이참에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 결과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국회에서 공개하면서 이번 사건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5년간 1878개 사립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부정 사용액은 269억 원에 달한다. 충청권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발된 사립 유치원이 충북 74곳, 충남 21곳, 대전 82곳 등 177곳이나 비리 등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을 주류와 면도기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가 하면 근로소득세를 대납하기도 했다. 억대에 가까운 연봉 외에 소방관리자, 조리원, 운전기사로 이름을 올려 또다시 수백만 원의 급여를 챙기기도 했다고 한다.

한 전직 유치원 교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히고 감사 시스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적발 자체가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분노하게 된 당사자는 학부모들이다. 그동안 믿고 맡겼던 유치원이 비리로 얼룩졌다니 허탈감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다른 유치원으로 보낼 수도 없어 울분만 삼키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져 국회에서도 이번 국감에서 집중적인 감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날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전·충남·충북·경북·대구·강원 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청의 관리감독 부실에 추궁이 잇따랐다. 에듀파인 양식에 맞춰 회계 사항을 기록하면 운영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정보가 공개되는 에듀파인은 국공립 유치원에 적용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에는 당사자들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다.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하면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다. 비리 유치원 원장이 간판만 바꾸는 일을 못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감사로 드러난 사립유치원 비리에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정부 대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매년 2조 원의 정부재정이 사립유치원에 지원되고 있는데도 관리와 통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는 국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개선 방향으로 회계 투명화와 학부모가 동참하는 견제 상시화, 교육기관의 점검과 감독 내실화 등을 주문했다.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처럼 사립 유치원의 비리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시끄러운 분위기에 편승해 잠시 보여주기식 처방을 내놓은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커질 것이다. 어디부터 잘못됐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근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처방이 있어야만 한다. 사립 유치원비리가 국정감사에서 불거졌지만, 사전에 지역 교육청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적발해 처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시도 교육청도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하고 분명한 관리를 해야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