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치인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와 정치인이 국가의 운영과 발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라서 정치인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충청권 내부 최대 분란 요인으로 부상한 'KTX 세종역' 설치 여부를 놓고 최근 방문지역에 따라 말을 달리해 따가운 눈총을 자초한 국회의원이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4선 설훈 의원(경기 부천 원미 을)이다. 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앞서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홍보 차 지난달 8일 충북도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충북과 세종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KTX 세종역 신설과 관련, "양쪽 주민이 모두 받아들일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서둘러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그는 한달여만인 지난 10일 최고위원 신분으로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과 세종시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세종시를 오기 위해 출발지 광명역에서 오송역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오송역에서 세종시청에 오는 시간이 더 걸리는 불합리가 있다"고 말하고 "시급히 KTX 세종역 신설이 필요하다"며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설 의원은 충북과 세종을 오가며 불과 한달만에 완전히 다른 말을 한 것이다. 특히 세종시 관문역으로 건설한 오송역의 이용불편을 언급해 충북도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설 의원이 세종시를 방문해 '덕담' 차원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그 '덕담'이 인근 충북에는 큰 상처가 된 다는 것을 여당의 최고위원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충북도는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설 의원의 발언을 간과하는 분위기다. 

세종역 추진을 꾸준히 밝혀온 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이 당 대표에 오르고 나서 제3자를 내세워 계속 세종역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세종시는 이번에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공식 건의한 만큼 앞으로 세종역 신설추진도 함께 묶어 계속 정부와 여당에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충북도는 지난 13일 이장섭 정무부지사가 '강력 저지'라는 도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도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대응할 문제는 아니다. (민주당과 세종시 측의)정치적 발언에 대해 도가 공식적으로 나서면 도리어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당장은 적극 나설 뜻이 없음을 내비췄다.

도는 우선 전날 재가동하기로 결의한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을 물밑에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도의 방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지역 여권도 질타의 대상이다.

어쨌든 다음 달 8일 청주에서 열리는 민주당과 충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가 충북도와 지역 여권의 입장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이 대표나 설 의원 등이 세종역 신설 필요성을 재론한다면 충북도와 지역 여권은 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하고 저지해야 한다.

물러설 곳도 양보할 것도 없다. 객관적이고 현명한 전략으로 세종역 건설 추진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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