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이원면 태양광시설 현장 "폭우에 무너져 토사유출 피해 "미온적 행정으로 사고" 비난

▲ 충북 옥천군 이원면 평계리에 조성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장 축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흘러내려 온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비만 오면 공사장 축대가 무너질까 봐 과수원을 돌볼 수가 없어요. 농사 좀 짓게 해주세요."

4일 오전 충북 옥천군 이원면 평계리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 현장.

높이 3m가 넘는 축대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여러 군데 무너져 있었다. 

농로 변에는 흙더미에 막혔던 배수로를 파낸 흔적이 역력했다. 

토사 유출 방지를 위해 덮어둔 대형 비닐도 속수무책이었다. 

흘러내린 토사가 배수로를 막으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공사장과 맞닿은 과수원은 복숭아 나무가 흙더미에 뒤덮였다. 인근 인삼밭도 토사가 쏟아져 들어와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빗물이 스며들어 지반이 약화되면서 축대 곳곳에 틈이 벌어지는 등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민 홍모씨(61)는 "복숭아 5년생 25그루가 흙더미에 묻혀 피해를 봤다"며 "앞으로 비가 더 내리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자체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홍씨는 "옥천군청에 재해 대책과 관련한 민원을 넣었는데 '시공사가 재시공한다'는 답변이 고작이었다"며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옥천군의 미온적인 행정으로 며칠 사이에 똑같은 일이 4차례나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옥천군청 담당 공무원은 "그동안 2차례 공사 현장을 방문했고, 사업주 측에 복구작업을 서둘러 달라는 공문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 태양광 시설 공사는 1만 3126㎡ 규모로 공정률은 50%였다. 

시공사 측은 폭우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장비를 동원해 보완작업을 벌였으나 아직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더욱이 비가 내린 탓에 땅이 물러 복구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 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비를 투입해 임시 수로를 만들고 물 가두기 작업을 하는 등 보완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 농민에게는 보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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