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대내외적 경기불안으로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장기 실업자 수가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 수가 월평균 14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0년 같은 기간 14만5천명을 기록한 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장기 실업자 또한 연일 증가세다. 2013년에 6만3천명이었던 것이 2014년 6만4천명, 2015년 8만8천명, 2016년 11만7천명, 2017년 13만4천명으로 5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구직 포기자는 월평균 50만7천명으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또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쉬는 이들도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월 평균 185만8천명으로 집계된 잠재적 실업자다. 이와 더불어 경제력이 비교적 활발해야 할 30~40대 취업자 수 또한 월평균 14만 명이나 낮아졌다. 40대 취업자 수 감소폭도 지난 1999년 6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보였다.

정부는 뒤늦게 예산을 풀어서라도 고용대란을 막겠다는 말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명확치 않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제1순위로 꼽았던 '일자리 정책'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고용 쇼크'로 돌아왔다.

여기서 우리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근거해 지출한 예산의 세부 항목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살펴보자. 지난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현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쓴 금액은 42조5819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적 지표'에만 초점을 둬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산하 일자리위원회가 야심차게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 부처에서 추진한 189개 사업 예산을 분석한 보고서다.
보다 구체적인 사정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지만, 지금껏 투입된 예산은 고용시장의 확대를 유도할 근본적 체질개선보다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현물처럼 분배하는 지원방식에 방점을 두었다는 지적에 비중이 실린다.

50, 60대를 제외한 대부분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점도 주목대상이다. 30~40는 물론,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20대 또한 4만8000명 줄었다는 것은 고용부양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달 일자리 증가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4만9000명), 공공행정·국방(6만6000명) 등이 주도했다는 것은, 정부의 입김이 센 공공일자리 분야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고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정부의 고용대책은 일시적 고용증가율에만 치중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당-청-정 간에 긴급대책회의를 아무리 하더라도 뚜렷한 중심이 없는 정책은 임시방편용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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