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충청권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 호남권을 싹쓸이하고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는 부산·경남울산 등에서도 승리하면서 역대 선거사상 전대미문의 가장 큰 승리를 거뒀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 하는 대구와 경북에서만 어렵사리 수성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전패의 굴욕에서 벗어났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은 완승을 거뒀다. 
10곳 이상의 선거구에서 승리하는 무서운(?) 위업을 달성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도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전부터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다만 결과가 민주당의 압승이냐 아니냐에 쏠렸을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은 야당과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갔고, 선거 막판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보수의 심장인 부산에 내려가 "잘못했다"며 돌아선 8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으나 이미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크게 두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지난 대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지지율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연이은 호재 덕이다. 더욱이 선거 전날인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는 등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거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호재가 버팀목이 되면서 드루킹 사건과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선거판을 원사이드하게 주도했다. 

두번째는 존재감을 상실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압승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패한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자유한국당은 뼈저린 과거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파싸움에만 열중, 진정한 보수야당의 모습을 기대한 보수층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서도 보수야당은 이슈선점에 실패하는 등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선거는 굵직한 이슈를 선점한 민주당의 선제적인 전략과 보수층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전략부재가 만들어 낸 총체적 산물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특히 완패한 야당이 어떻게 전열을 정비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벌써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고, 정계개편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배의 아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면 2년뒤 총선과 4년뒤 대선에서도 야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힘들 것이다. 죽어야 산다는 말처럼 통렬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살 수 있는 아젠다를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정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을 바로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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