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올해 전국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은 후보자들대로 표심을 얻기 위해 발걸음이 분주하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주요 격전지나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권의 관심 밖 선거구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지방선거에 비해 후보자별 검증과 비교가 쉽다. 그만큼 언론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노출빈도가 높고, 홍보물 또한 다양하다. 이에 반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에 대한 사전정보나 인물평가의 기회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지방선거와 관련, 한 가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혼선을 빚는 것이 예비후보자 등록제도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여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4년도에 도입되었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예비후보자 제도는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등록 시한은 제각각이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및 교육감선거는 선거일 전 120일 부터, 시도의원과 구시의원 및 장의 선거는 선거기간개시일 전 90일부터, 군 의원 및 장의 선거는 선거기간개시일 전 60일부터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등록시한을 사전에 꼼꼼이 살펴봐야 할 정도다. 예비후보들의 사정이야 차치하더라도 이들을 접하는 유권자들은 더 답답하다. 자신이 속한 지역자치단체장 외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원들은 누가 누군지 구분을 하기 어렵다. 특히, '예비후보'란 글자는 식별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게 적혀있어 현수막에 적힌 소속정당과 인물사진, 이름 정도만 눈에 띌 뿐이다.

충청권 선거구 중 대전지역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면면을 파악하기가 더욱 힘들다. 충남북 선거구와는 달리 대전은 광역지자체와 의회, 기초자치단체인 구청장과 의회 의원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 있다. 교통량이 많은 네거리 인근 건물에는 시장과 구청장, 시의회, 구의회 예비후보들이 서로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시장과 교육감, 구청장 정도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지만, 나머선 예비후보들은 누가 누군지 분간이 힘들 정도다.

실제 구의원을 뽑는 대전 대덕구의원 다선거구에는 한때 7명 예비후보들이 일제히 예비후보등록을 했다. 총 5만 3천여명의 유권가 있는 곳에 이토록 많은 예비후보들이 등록했다면, 시장과 구청장, 그리고 시의원 등까지 합산할 경우, 그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오죽했으면,한 유권자는 후보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보고 찍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인들이 정치입문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예비후보자등록제도가 본 취지와는 달리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이라면, 이번 선거를 통해 폐지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가로막는 제도라면 그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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