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지금부터 불과 70여 년 전 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컴퓨터가 전혀 없었던 세상이 존재하였다. 그 후에 컴퓨터 과학의 급속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우리는 현재 우리 인간 본연의 모습인 아날로그(analog) 세상과 새로운 디지털 도구의 개발로 인하여 문명의 이기(利器)인 컴퓨터 시스템이 주도적인 디지털(digital) 세상의 이원화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이원화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져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보다 디지털을 접속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어 오히려 불행한 느낌마저 든다. 왜냐하면 가끔 우리 주변의 사건 사고를 보더라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사고들이 디지털이 주도적인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형 뉴스로 알려진 S증권 사고를 보더라도 디지털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우리 사주에 배당금 주당 1000원 대신 주식 1000주를 배당하는 초대형 사고는 우리의 사소한 실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다행히 후속 조치들을 통해 피해자 보상과 이러한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번 사고로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큰 상처를 받은 것은 이러한 금융사고에 일부 관련자들의 비양심적인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로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북유럽 핀란드 변방에 에스토니아라는 조그만 국가가 있다. 예전 소련 연방에 속해 있다가 1991년에 독립이 된 역사가 짧은 신생 국가이다. 우리가 흔히 세계적인 전자 정부 국가를 소개할 때 우리나라보다 더 전자 정부를 확실하게 하는 나라가 바로 에스토니아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디지털 강국을 만들어 2004년에 유럽연합에 가입 그리고 2010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경제대국이다.

 에스토니아는 이제 전자 정부를 뛰어 넘어 전자 시민권을 주는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전자 시민권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누구든지 일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춘다면 온라인으로 에스토니아 전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에스토니아에서 실제로 살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살더라도 전자 시민권을 취득하면 에스토니아에서 사업권을 허락받아 에스토니아에서 영업할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만큼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와 통용되는 데이터는 진실성을 갖추어야 하며 철저한 보안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우리의 세상은 종래의 대부분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에서 급속도로 디지털적인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세상의 불편한 진실이 있지만 디지털적인 형태로 바뀌는 주도적인 원인과 이유로는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되어 있으면 통제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스템은 아날로그보다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있으며 결국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시스템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주체인 우리 인간들이 비양심적이고 윤리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IT(정보기술)강국이라 하더라도 우리들의 디지털에 대한 자세가 건전하지 않으면 지금의 에스토니아를 추월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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