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참 희한한 녀석 다 봤다. 썰매 탄 지 석 달밖에 안 된 고등학생이 대표 선수들보다 났었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출신 강광배 한체대 교수는 혀를 내둘렀다. 당시 강 교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갈 썰매 종목 유망주들을 발굴하던 중이었다. 윤성빈 선수는 일년 내내 썰매는커녕 얼음 구경도하기 힘든 경남 남해 출신이었다. 그런 아이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썰매 분야에 금메달의 선물을 받았다. 즐거웠던 설날 오전의 희소식이었다.

 참 잘했다. 우리에게도 불가능은 없다. 하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을 활짝 웃게 해 준 멋진 선물이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윤성빈의 금메달 획득 순간, 설날 오전인데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 중계 시청률(28.7%)이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썰매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 획득이다. 윤 선수의 금메달 확정으로 대한민국 빙상 스포츠의 역사가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피겨여왕'과 '빙속여제'에 이어서 '스켈레톤 황제'까지 갖게 됐다.

 우리 빙상 선수들은 훈련 때 썰매조차 없어 중고 썰매를 빌려 쓸 정도로 국내 상황은 열악했다. 그런 속에서 썰매 유망주로 당시 신림고의 성빈군을 추천받게 됐다. 성빈군은 불과 3개월여 훈련을 끝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스타트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꺾고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성빈군은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6위에 오르면서 메달 가능성을 보였다. 결국 평창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윤성빈 선수는 하마터면 선수가 되지 못할 뻔했던 과거가 있다. 경남 남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 선수에겐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었다. 초등학교 학적부에 '운동 전 종목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기록됐을 정도였다. 당시 윤 선수는 축구를 좋아했다. 2002년에 박지성을 동경한 박지성 키드이기도 했지만 학교엔 축구팀이 없어 운동하기엔 여건이 풍족치 못했다. 게다가 성빈군의 어머니 입장에선 성인이 될 때까지 축구 선수로 키울 확신도 없었다. 천부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반 중학교로 전학 후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체육대가 목표였던 윤 선수는 체고 진학에 실패하고 일반고에 머물렀다. 여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체육교사가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이사로 참여할 인물을 만나게 됐다. 교사를 통해 고3 때 스켈레톤 종목과 인연을 맺게 됐고 체육대도 들어가게 됐다. 그 인연이 세계 최고의 스켈레톤 선수로 탄생된 것이다. 만약 윤 선수가 고등학교 때 스켈레톤 관계자인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체대조차 입학하지도 못했고 설사 체대에 갔더라도 전문적인 운동이 늦어져 세계적인 선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체육 인재들이 제2, 제3의 윤성빈과 같은 육성시스템을 만나지 못해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윤성빈 선수 정도의 엄청난 재능조차 성장과정에서 놓쳤다면 우리가 너무나 많은 인재들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윤성빈 선수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시스템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걸 입증해줬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마찬가지다. 재능의 씨앗을 발견하고 아이들의 재능을 뒷받침해 주는 시스템의 내실화가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아이 때부터 다양한 재능을 꽃 피우게 되면 그게 바로 우리 국가의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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