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박지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명절이나 손님이 오신다 하면 이른 아침부터 어머님은 분주히 집안 대청소를 했다. 눈길이 닿는 곳은 어디라도 쓸고 닦았다. 반질반질하게 빛이 나게 청소가 끝나면 우리 남매에게 큰 빗자루를 쥐어주고 대문 밖을 나가 골목길을 깨끗하게 쓸게 하셨다. 내기라도 하듯 골목 양쪽에 서서 누가 먼저 쓰나 신나게 뛰며 빗자루를 흔들다 보면 골목길은 어느새 말끔해졌다.

 손님이 방문하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하는 골목이니 엄마의 부추김에 시작된 청소지만 듣게 될 칭찬에 어깨가 으쓱거렸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 내렸던 폭설에 청주는 그야말로 눈 폭탄을 맞은 듯, 제설 작업이 끝난 도로는 괜찮았지만 사람이 걷는 골목길은 걷기조차 힘들었다. 푹푹 빠져 들어가는 눈 속에 신발이 축축하게 젖어 하루의 시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새벽 대설특보에 청주시 공무원들은 비상이 걸려 모두 잠든 새벽에 눈을 치웠다. 큰 눈이 내렸지만 편안한 아침을 보낸 나는 이른 새벽 공무원들이 산타처럼 눈을 치운 줄도 모르고 큰 길만 치웠다고 투덜거렸다. 작은 골목길 눈 속에 신발이 젖고 넘어질 위기를 몇 번을 지나고 나니 슬슬 화가 났다. 누군가의 책임도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그 순간 나는 특정하지 않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집도 아닌 골목길까지 쓸던 나만이 아닌 모두를 생각하던 따뜻했던 그때를 잊고만 살았기 때문일까. 작은 골목도 내 집이라 생각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눈을 치우는 수고쯤은 기꺼이 했을 것이다.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어른, 아이 모두 가족이라는 힘을 발휘했듯이 우리는 기꺼이 우리 동네 크게는 청주라는 큰 집을 함께 아끼고 가꿔나갈 힘을 발휘해야 한다.

 공무원들만의 동네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고 사랑하는 큰 동네이다. 큰 눈쯤은 모두가 조금의 힘만 보탠다면 작은 골목길도 누구나 안전하게 다니는 길이 될 것이다. 누구의 힘이 아닌 내 힘이 가장 먼저 발휘돼서 그 내 힘들이 모여서 청주의 힘이 된다면 모두가 살기 좋은 맑은 청주, 내 동네가 될 것이다.

 내 집 앞,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작은 골목길 정도는 스스로가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어간다면 어느새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커 나가리라 믿는다. 다시 눈이 내리면 어느새 우리는 모두 서로의 골목길에 나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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