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29명의 고귀한 생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한 경찰의 수사방향이 소방지휘부를 겨누고 있다. 경찰은 첫 신고 접수후 2층 진입까지 40분간의 초동대처에 있어서 지휘부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정확한 사실규명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소방 지휘부의 사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이 화재현장에 전달된 정보가 무시된 정황이 드러났고, 20명이 숨진 2층의 구조요청을 알고도 소홀하게 대응했다는 등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수사방향을 급선회했다. 경찰도 처음에는 충북도소방본부, 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 등 소방당국에 대한 유례없는 압수수색에 적잖이 고민을 한 것 같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당국으로부터 관련서류를 임의로 제출받는 방법도 있지만 수사의 신뢰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또다른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실시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향후 경찰의 수사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겠지만 제천화재 발생 이후 초유의 소방당국 압수수색에 이르기까지 생각하기 조차 싫은 일련의 과정에서 집단 패닉상태에 빠진 소방관들에 대한 적절한 심리적인 치유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제천화재참사 이후 소방관들은 죄인같은 심정으로 지내왔다. 생명을 내걸고 화재현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29명이 숨지는 끔찍한 참사에 망연자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소방관은 "동료들 모두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무척 괴로워 하고 있다"며 참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경찰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방법에 있어서는 불만을 제기하는 소방관도 있다. 한 소방관계자는 "잘잘못은 엄중히 따져야겠지만 경찰이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벌써 사법처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심하다"며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소방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마저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번 화재로 소방관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에 견줄 수 없기에 속으로 삼키는 모습이다. 소방합동조사단의 발표와 유족들의 주장대로 초동대처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규명을 위한 경찰의 수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필요한 수사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하며, 수사결과 지휘자들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묵묵히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화마와 싸웠던 대다수 소방관들이 이번 화재로 겪었을 고통을 살펴보고, 이들이 다시 현장에서 예전처럼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부와 충북도가 고민해야 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제2, 제3의 제천화재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고, 그럴 경우 현장으로 뛰어들 사람은 바로 이들 소방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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