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한영 기자] KAIST(총장 신성철)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연구팀이 인간 체내의 물질을 이용해 광학 영상 진단 및 광열 치료가 가능한 항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이라는 체내 물질과 그 빌리루빈으로 인해 발생하는 담석 형성반응을 응용했는데, 인체 내 강력한 항산화제인 빌리루빈의 담석 형성 과정에서 관찰되는 자체 금속 결합 기능과 신생아 황달 치료에 쓰이는 푸른빛에 반응하는 성질을 동시에 이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높은 생체 적합성과 우수한 광음향 진단 기능 및 광열 치료 효능을 보여 항암 치료 분야에서 적합한 치료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황달의 주요 원인체인 노란색 빌리루빈에 특정 파장대의 빛(푸른 빛)을 쬐어주면 이에 반응해 광이성질체(빛에 의해 모양이 변형된 물체)가 되고 배설이 활성화돼 신생아 황달 치료에 널리 쓰일 수 있는 광학물질인 점을 첫 번째 근거로 활용했다.

두 번째로는 인체 내의 쓸개관 혹은 쓸개 등에서 병이 생길 때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검은 색소 담석의 주성분 또한 빌리루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빌리루빈이 칼슘이나 구리 등 양이온과 중간 매개체 없이도 결합할 때 검은 색소 담석이 형성되는 점을 응용했다.

연구팀은 구리나 칼슘 대신 시스플라틴이라는 백금 금속 기반 항암제와 빌리루빈을 결합해 노란색의 빌리루빈을 보라색의 복합체로 변환시켰으며, 이후 근적외선 파장대의 빛을 쬐었을 때 기존에 비해 크게 향상된 광감응성을 보이고 실제 정맥 주사된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도 종양 부분에서의 유의미한 광음향 신호 증가를 확인했다.

또한, 종양 부위에 근적외선 빛을 쬐었을 때 광열 효과에 의해 5분 내에 25℃ 이상 온도가 상승함을 확인하고, 2주 후에는 다른 그룹에 비해 우월한 종양 크기의 감소 및 괴사를 확인했다.

전 교수는 "현재 개발된 물질들은 생체 적합성이 낮고 잠재적 생체 독성 가능성이 있는 인공소재 위주이기 때문에 임상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인체 유래 빌리루빈 기반의 광학 물질은 광음향 영상 및 광열 치료의 전임상 중개연구 및 임상 적용에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윤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응용화학 분야 저명학술지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9월 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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