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해임 결정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지난 5월 9일 실시된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전체 유권자의 77.2% 중 41.09%인 1342만 3784표를 얻어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은 9년 만에 진보진영이 정권을 탈환했다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새 정부는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를 통해 탄생한 탓에 정권 인수위 활동 없이 당선 다음날 곧바로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행보가 당일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어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청와대비서실장 경호실장 후보자들을 대동하고 나와 직접 인선을 발표하고 인사를 시킨 것이었다. 첫 행보부터 파격적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루하게 계속된 국정농단 수사와 탄핵 재판 동안 깊은 침묵에 빠져 생기를 잃었던 청와대는 급속히 활기를 되찾았다. 많은 국민들이 탈권위주의적인 행보와 소통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말에 열광했고 큰 기대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대통합, 적폐청산, 국민이 주인인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탕평인사, 협치, 일자리창출, 4차산업혁명 추진, 안보강화, 복지확대, 공교육강화, 농수산업지원, 환경보전과 원전폐쇄 등 많은 약속들을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했고, 교육 국방 재벌 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개혁 추진 등 넘치는 의욕을 과시했다.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기엔 아직 시간이 짧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지나봐야 대략적인 성적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눈에 쉽게 띄는 것들을 거론해본다면,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협치와 탕평인사, 안보불안 해소, 고위공직자 인선배제 5원칙 준수 등은 낙제점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노정됐다. 또 재원확보 방안이 불투명한 복지확대와 건강보험급여 강화, 공무원 증원, 일부 계층과 기업 만을 대상으로 한 증세 등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차관 인사에서는 만신창이가 다 된 불법·부적격 인물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고집불통 인사, 같은 편으로 채우는 코드인사 등은 문 대통령이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적폐를 스스로 반복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대통령의 첫번째 임무인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보정책에 있어서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 바로메터로 꼽히는 사드 배치만 해도 아직도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아리송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일관되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수시로 도발과 위협을 가하고 상태인데도 대화를 구걸하는 듯한 모습도 국민들 눈에는 미덥지 않게 보인다. 전력생산 방안이 미흡한 상태에서 덜컥 탈원전·건설중단부터 내놓은 것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향후 6개월, 1년 후에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B학점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기 위해선 더 각고의 노력의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반대 세력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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