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의구심 남았지만
檢 과감한 공소제기 불인정"
검찰, 잇단 기각·판결에 당혹
연관 변호사 공소유지 차질 우려

[충청일보 송근섭 기자]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법조비리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브로커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충북 법조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혐의 적용이 '과감했다'며 공소제기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지적했고, 변호사 업계에서는 법원이 '제살 깎아먹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서는 수사대상에 오른 변호사들이 주장한 논리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무죄 판결이 나욌다며 답답해했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특가법상 알선 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J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J씨는 2014년 11월 지인의 항고사건이 인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K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사건의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전관 변호사를 통해 로비해주겠다며 8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 현직 부장판사 및 판사에 대한 로비 시도 증언이 쏟아져 사실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었다.

만약 J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법조계 전반에 걸친 '로비 시도 의혹'도 일정 부분 사실로 인정되는 셈이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던 상황이었다. 3개월 간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의 판단은 '공소제기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음'이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 진술인 K씨 진술은 여러 객관적 자료나 법정 증언과 다른 부분이 있어 신빙성이 떨어지고 본인도 형사처벌 우려가 있는 처지에서 처벌을 면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K씨 진술에 의존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모두 무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무죄가 선고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고, 재판부는 이를 제지하며 판결 배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공소 제기된 내용이 무죄라는 것이지, 모든 범죄사실을 무죄로 볼 수 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다소 과감하게 공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그 부분이 인정이 안 돼 무죄를 선고하지만 다른 법령이었다면 과연 무죄인가에 충분한 의구심이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결국 검찰에서 법원의 판단을 물은 J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기에 충분한 근거가 부족했을 뿐이지, J씨의 '법조 브로커' 의혹이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원 선고가 나온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판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검찰로서는 '법조비리 의혹 사건'을 원점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조만간 알선 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J·P변호사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판부 판결처럼 검찰이 원하는 유리한 진술만 쏟아낸 참고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부실한 수사방식을 법원이 제대로 지적했다는 주장과 현직 부장판사 연루 의혹을 받는 사건의 판단을 법원에 맡기는 구조 자체가 한계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 사건의 핵심 진술자인 K씨를 통해 '듣고 싶은' 진술만 확보해 재판에 넘긴 전형적인 '프리바게닝'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의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측은 이 사건을 유죄로 판단할 경우 법원의 공정성·독립성이 훼손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법조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선고 결과로 또 한 번 법조계가 떠들썩해진 가운데 향후 검찰의 항소와 추가 기소가 이어질지,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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