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덕 칼럼니스트

 

[장연덕 칼럼니스트]얼마 전 네 살 딸을 살해한 친부가 경찰에 자수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네 살 딸을, 야산으로 끌고 가 살해한 사건입니다. 딸은, 그 나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분하고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간이지요. 어쩌면 이런류의 사건에 익숙해져가는 시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친모나 계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하고, 계부가 또 친부가 학대하고 살해하며 성추행, 강간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살며, 그 해결의 주체를 정부나 공권력에 두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 간 해법입니다. 왜냐면, 정부를 비롯해 모든 공권력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이 국가를 유지하게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먹고 살고 일하고 세금 내는 그 모든 상황들이 모두 국가의 뼈요, 살입니다. 국민은 그야말로 주인입니다. "지켜보고 돕는 시선" 이것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몇 차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안에서 아이를 학대하며 사망에 이르거나 사망에 가까이 가는 사건을 겪으며, 방황하고 배고프고 차림이 이상한 아이를 보면 신고를 하는 문화가 점차 생성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대의 첨단 통신기술에 근거한, 천인이 기록하고 만인이 전달하는 행태가 유지되어야 하겠습니다.

 멍이 든 아이, 소리 지르는 아이, 먹지 못해 마른 아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져서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들을 보시면 사진을 찍고, 관련기관에 제보하십시오. 그리고 그 제보를 받은 담당자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기록을 매번 남기십시오. 매 맞는 아내, 구타당하는 청소년, 이지메를 당하는 피해자, 학대받는 노인들의 문제, 불법근로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 성매매에 팔려나간 여성들의 모습을 보시면, 기록을 하시고 관련인물에게 전달하시며, 이 과정을 기록하십시오. 그렇게 주인됨을 행사하셔야 합니다.

 "정말로 이 폭력의 시대를 끝내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폭력은, 땅콩뿌리같이 지하에서 면면히 서로 기대어 세력을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문화입니다. 문화는 모두가 마시는 공기와 같습니다. 모든 폭력과 학대의 문화, 그 정서는. 대상이 누구냐만 차이가 있지 원인은 같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자를 짓밟아 쾌감을 느끼고 지배하며 분노를 해소하려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놓여진 이 혐오와 폭력의 문화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더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더 사람답게 대접받고 살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뎌 내왔습니다.

 이제 폭력을 근절해야 할 시점입니다. 아이를 향한 폭력을 근절하며, 우리 모두에게 닥칠 노인을 향한 폭력 또한 근절해야 할 시점인 것입니다. 폭력의 주인은, 딱히 성별도 지위도 없기 때문입니다. 약자보호, 이 공통의 주제하에 천인과 만인의 눈과 손, 귀가 기능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폭력의 시대를 끝낼 수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소리 지르고 항거하길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 피해자가 사는 국가는, 우리가 사는 국가이며, 우리는 그 국가의 주인입니다. 늘 깨어서, 행동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정의롭게 발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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