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대통령 취임 후 49일 만인 28일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한지 이틀째인 30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문 형식은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으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첫 방미 때의 ‘실무방문(Official Visit) 보다 한 단계 격상된 형식이다. 방문형식은 미국 정부가 회담의 성격, 상대국의 국제적 위상등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이 시급하게 정상회담을 마련한 것을 그만큼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사드는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및 시험 대응, 한미동맹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동북아 전체의 군사·외교·경제 등 모든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은 사드는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국민 대부분이 이번 방미에서 어떤 성과를 갖고 돌아올 것인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드 배치에 관해 현재의 한미 정부의 인식과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측근들의 일련의 행보들이 사드 배치에 대한 갈등을 유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지연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나아가 철거까지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행은 그렇게 하고 논란이 일면 전 정권과의 합의를 존중한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무마하는 모습을 반복해 미국 정치 리더들의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번 문 대통령 방미에 보통 2박만 허용하는 백악관의 연빈관인 블레어(Blair  House)에서 3박 할 수있게 허용하고,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의전에 배려를 해주는 가운데 의회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촉진을 요구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는 사드 문제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가 아니라며 문제를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드 문제가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이냐  비공식 의제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미국을 이끌어가는 주류 세력들이 이 문제를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가 어떤 형태로든지 이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할 것이 틀림없다.
특히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중국의 급부상과 관련해 한국의 태도를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다.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국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동맹국의 안전보다 경제적 이익에 급급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미국의 리더들이 의심하고 있다. 그들이 이런 의심이 사실이라고 파악할 경우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이번 방미 중에 무엇보다도 사드배치에 대한 미국 리더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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