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박열' 스틸 컷

[충청일보=조신희] 청춘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신념은 때론 많은 이들의 깨달음을 일깨워준다. 특히 1920년 일제의 그늘 아래에 있던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1923년 도쿄, 일본 측은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이들 앞에 박열(이제훈 분)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섬세한 연출 아래에서 특별하게 탄생했다. 많은 영화들이 일제 강점기에 대한 내용을 다뤘으나, 이준익 감독은 박열이라는 패기 넘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선택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는 ‘아나키즘’ 적인 면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극중 박열의 행동은 대담하다. 관동대학살의 원인이 자신에게 덮어 씌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황태자 폭탄 암살을 계획했다고 자백하는 등 대역죄인을 자처한다. 이후 그의 행동은 더욱 기상천외하다.

일본인 예심 판사와의 심문 과정에서 반말을 하거나, 조선의 전통 예복을 입고 법정에 등장해 일본 제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피고인으로서 보여야 할 태도를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이 같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이를 맞받아치는 박열의 박력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있어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주는 동시에, 우리가 부패한 현실을 쉬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가네코 후미코의 행동도 박열 못지않게 터프하다. 일본 출생이지만 후미코는 제국주의 반대를 외치고 있는 인물. 후미코는 박열이 쓴 ‘개새끼’라는 시를 보고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때 그는 박열이 폭탄 입수 지시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일침을 날리며 그를 잡아주는 등 강건한 모습을 보여준다.

박열의 옆에 등장하는 후미코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며 스토리의 주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자신의 국가이지만,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하는 의지. 후미코는 박열과 함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선명하게 각인시켜준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에 힘입어 광복을 맞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 시점. ‘박열’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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