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민의당 당원의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파문에 대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공당이 일개 개인의 소유가 아님에도 스스로 국민의당 창업주라고 자임해 논란을 빚기도 했던 안 전 대표가 정작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이번 사태에 대해선 침묵만 지키고 있다.

다른 정당의 지적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당내에서조차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이 비등해지고 있다면 안 전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안 전 대표가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고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전 대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사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당의 조직적 연루가 확인된다면 당은 존속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당 내부적으로 안 전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조작을 주도한 당사자인 이유미씨와 배후 의혹이 제기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 모두 안 전 대표가 영입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다.

또 경쟁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과 관련된 의혹 제보가 조작된 것을 알았던 몰랐던 이를 선거 과정에 활용한 후보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다는 정치적 도의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국민의당이 당원들의 공당이라기보다는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당처럼 운영돼 왔다는 당원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들이 안 전 대표의 책임론으로 비화된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과거 친구의 성범죄 모의 묵인 논란이 제기되자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된 만큼 후보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면서 얼굴도 바라보지 않은 채 질문을 한 것은 스스로 정치인의 도덕적 책임론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런 안 전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조작된 증거를 활용, 한국정치의 격을 추락시킨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모순이고 자가당착이 아니겠는가.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증거의 조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법적 책임에선 자유롭다 할지언정, 정치적·도덕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조속히 밝히는 것이 응당하다.

낡고 그릇된 정치를 혁신해 국민에게 지지와 신뢰를 받는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고, 본인 스스로부터 정치적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강조해온 그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납득될 수도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입장을 밝히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 차원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대국민사과를 한 마당에 안 전 대표가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따라서 안 전 대표는 하루빨리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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