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나병환자 인권 유린과
독립운동가 이야기 다뤄
2년 작업 끝 시나리오 탄생
아픈 역사의 진정성 위해
전국 오디션 통해 배우 선발
올해 안으로 영화 완성 목표

▲ 영화 '소록도'의 천성래 감독이 청주, 세종, 대전, 충남·북 오디션이 진행된 씨어터제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일제의 소록도 나병 환자 인권 유린을 다루는 영화 '소록도'의 청주, 세종, 대전, 충남·북 오디션이 13일 충북 청주시 씨어터제이에서 진행됐다.

이날 소설가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천성래씨(58)가 계윤식 프로듀서 등과 자리해 지원자들의 연기를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영웅 만들기에 인색해요. 이 영화가 그런 분위기를 바꾸는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랍니다."

천 감독에 따르면 영화는 일본이 자행한 나병 환자 탄압, 그리고 그 현장인 소록도에서 발견되는 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라간다.

지난 1942년 6월 20일 당시 27세이던 한센병 환자 이춘상은 '보은 감사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연단으로 향하던 소록도갱생원(현 국립소록도병원) 수호 마사토 원장의 오른쪽 흉부를 칼로 찔렀다.

13.5㎝ 깊이로 박힌 칼에 원장은 곧 숨졌으며 체포된 이춘상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이듬해 생을 마감했다.

수호 원장은 1933년 소록도갱생원장으로 부임한 뒤 환자들에게 벽돌·숯 굽기, 가마니 짜기 등 고된 노역을 시켰으며 1940년 8월 20일엔 환자들에게서 강제로 거둔 돈으로 자신의 동상을 세운 뒤 매월 20일을 '보은 감사일'로 정해 환자 6000여 명을 모아놓고 절을 시키는 등 학정을 일삼던 악질이었다.

"일본은 안중근 의사를 제1 역적으로, 이춘상을 제2 역적으로 꼽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실이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의도됐든 그렇지 않든 꽁꽁 숨겨져왔던 역사를 알리고 싶었죠."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수호 원장은 일제 총독부에서 국장급 지위를 인정 받던 고위 관료"라며 "국내에서 이 정도 관리 암살에 성공한 사례는 이춘상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원래 20대 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어요. 소설을 쓰는 동안 시나리오 공부도 계속 했고요. 제작비 문제 때문에 엎어지긴 했지만 2015년엔 '광화문'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도 썼습니다. 소록도 제작을 위해 국민 참여 펀딩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미 여러 중소기업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계세요. 이 작품이 갖는 의미에 많이들 공감해주고 계신거죠."

상업적 측면에서 이름 있는 감독에게 작품을 맡기면 만 100년 전의 소록도가 전하는 아픈 역사의 진정성이 떨어지리라고 생각한 점도 다른 감독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주연 등 배우도 기존 인물들이 아니라 전국 오디션을 통해 새로 뽑고 있다.

당초 알려진 이 영화의 크랭크 인 시기는 오는 9월 중순이지만 이날 만난 천 감독 등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2개월 정도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는 올해 안에 완성이 목표다.

"너무 촉박하지 않냐고들 하시는데 영화 촬영 장소가 일단 소록도로 한정돼 있어요. 그 안에서 세트장만 옮길 뿐이죠. 로케이션 부담 등이 없기 때문에 완성까지 무리는 없을 겁니다."

천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1916년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세우고 환자 100명을 수용하면서 시작된 일제의 만행이다.

"일제는 소록도의 질 좋은 모래로 고급 적벽돌을 찍어내게 하면서 임금은커녕 노동력을 착취하고 학대했어요. 환자가 죽으면 모두 해부하고 간혹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는 뱃속에서 꺼내 병에 넣어 표본을 만들었죠. 패망 후 일본인 의료연구진이 철수하면서 모두 파괴했지만 사진이 남아있고 생존해 있는 증인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걸 영화를 통해 고발하려고 해요."

소설가가 아닌 '영화감독 천성래'로서의 다음 작품은 일본이 최초로 조선에 침투시켰던 첩자 이야기다. 이른바 '조선을 사랑한 스파이'다.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님이 이 얘기로 소설을 써보라며 자료를 주시더군요. 첩자로 왔다가 조선을 사랑하게 됐던 실존 인물 이야기입니다. 관련 자료를 근 10년 째 모으고 있는데 이것도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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