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약 60년 전 미국 Fortune지에 재미있는 항공사진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 주택가에 에어컨 구매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분석한 사진인데, 새롭게 에어컨을 설치하는 가구 하나하나를 항공사진에 'X'자로 표시하여 에어컨 설치가구가 군집화 현상을 이룬 것이 소개한 바 있었다.

 Whyte는 약 5,000세대의 설문을 통해 이러한 군집화 현상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웃 간의 구전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밝혀 에어컨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 사람들이 역시 그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이웃 간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구전(WOM, Word of mouth)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Whyte의 연구는 소비자 간의 구전 커뮤니케이션이 제품구매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밝힌 고전적 구전관련 연구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전은 오늘날에 와서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특별히 병원에 있어서는 다른 고객들로부터의 해당 서비스에 대한 권유와 추천이 통상적으로 어떤 촉진활동보다 더 강력한 구매의사결정의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 있어서 고객은 제품 구매 시 인식하는 위험이 크면 클수록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구전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지식이 좀 더 없는 경우에도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에 비하여 구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실제로 필자의 출가한 딸이 외손녀가 아플 경우,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는 내용을 엿듣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진이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진료능력 등 객관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 딸의 입장에선 얼마나 친절하냐, 그리고 자세히 설명해 주느냐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사는 거만하니 절대 가지 말라는 수다까지 늘어놓은 것을 들으며 참 구전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지역에도 병원이나 병상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최근 시내버스를 타보면 버스안의 곳곳에 병·의원의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병원은 시장바구니에도 광고를 하고 있음을 보고 격세지감의 변화를 느낀다. 그러나, 각 병원들은 이러한 많은 홍보 활동 중에서도 구전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홍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한번 잘못된 구전이나 나쁜 소문은 정정이나 회복이 쉽지 않으며, 긍정적 구전이 병원선택시 강력하면서도 신뢰가 높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병원들은 다양한 전략을 구상, 고객들에게 긍정적 구전 발상을 유도하도록 하여 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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