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이번 대선은 급행열차를 올라탄 후보들이 정거장에 서지도 않고 급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격이다. '5.9 대선' 후보들의 공식 선거운동이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청와대 입성을 위한 후보들의 각축전이 최고로 치열해 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지는 만큼 대선 후보들의 준비도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각 정당들이 선거대책 조차 제때로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출발부터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분야별 공약을 산발적으로 제시하는 등 제대로 된 공약집을 내놓은 후보가 없을 정도로 허술했다. 많게는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발표하는가 하면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 등에 관한 자료조차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차가 급하게 달릴 때 일수록 유권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똑 바로 떠야 할 것이다. 자칫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조기 대선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권자들의 깨인 참여의식 뿐이다.

 현실은 나라 안팎이 더욱 어려운 시기다. 전쟁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안보 상황이 불안하고 경제 사정도 녹록치 않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이번 대선은 최선의 선택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국정운영 및 위기돌파 능력, 식견, 통찰력, 도덕성, 인성 등을 꼼꼼히 살펴 최적의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 유권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러려면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갈등과 증오심을 봉합할 수 있는 리더십, 여소야대 정국을 조정해 갈수 있는 타협을 지닌 판단에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이다.
 
 종반전에 접어들었는데도 여론 조사 결과 유권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보층이 많다는 견해가 표심을 흔들고 있다. 대선이 본격화 되면서 흠집내기용 네거티브 공세가 요란스러웠다. 물론 흠집내기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덮어버리기식 유야무야해도 안 된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포함해 잘못된 선택을 막는 쪽으로 신경을 쓰고 명심해야 한다.

 후보 간 TV 합동 토론회도 짜인 각본보다는 후보끼리 맞장 토론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높다. 미국의 대선토론처럼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주어져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확한 팩트에 입각한 송곳 같은 질문으로 상대 후보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래도 시청률이 높았다고 한다. 꼼꼼하고 혹독한 검증은 증거도 없는 네거티브로 상대에게 흠집을 내는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검증 기회가 스스로 준비된 후보임을 입증하는 것이고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대통령 탄핵·구속 사태라는 헌정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선거일을 앞두고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를 찍어야 합니까?"하는 인사말에 유권자들의 모습이 곤혹스러워 보였다. 투표를 하든 안하든 그것은 유권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의 앞날의 방향을 지우는 데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은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투표일을 며칠 남지 않았기에 이래저래 유권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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