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선거판만 되면 사교육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나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 길고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입시 과열을 불러오고 공교육을 망가뜨리는 악의 근원 정도로 인식하는 탓이다. 학원에 갖다 바치는 돈에 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늦은 밤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사교육 풍속도를 보면 어떤 처방에도 끄떡없는 돌연변이의 바이러스처럼 보인다.

 이런 국민적 분노에도 사교육 철폐는 빌 공(空)자 공약에 그칠 뿐 당장 경단날 것 같은 사교육 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조사로 발표한 지난해 초, 중, 고의 사교육비는 1인당 월평균 25만6000원으로 지난해 보다 4,8%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 결과는 2007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 폭을 보여 줬다. 이처럼 한 해의 사교육비로 쓰인 돈이 18조 1000억 원인데다 지난해 보다 1.3% 가 증가됐다는데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저출산 여파로 오히려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지출액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상위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44만3,000원인데 비해 최하위가구는  5만 원 정도로 격차가 8.8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사교육에도 빈익빈 부익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세종자치시는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이 1년 새 20%나 크게 늘어 전국 17개 광역시, 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교육비 증가는 학원비 상승 탓도 있지만 일반교과는 줄고 예체능 쪽의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증가 추세는 무엇보다 대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교육에 쏠리는 바람에 공교육 현장이 외면당하는 탓으로 학교 교육은 황폐화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4년째 초·중·고교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으나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사교육비의 격차는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대학입시 문제를 개선하고 공교육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대학 서열이 존재하고 대학이 곧 '스펙'이 되는 현실에서 사교육 줄이기 정책은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자들은 공교육의 정상화에 명운을 걸어야 할 줄 안다. 대선 후보들은 다양한 사교육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를 거둘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사교육의 과열은 몇 가지 정책으로 가라앉히기는 힘들다. 자녀들의 사교육비 마련에 학부모들의 등이 휜다는 현실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교육이 입신과 출세의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한 상태에서는 해법이 안 보인다. 차라리 삶의 틀을 바꾸는 데에서 교육개혁을 출발해야 답이 보일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