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1838년, 런던내셔널 갤러리

[충청일보 조신희 기자] 긴 시간 바다속에 잠겨있던 세월호가 도선사의 도움을 받아 목포신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있다.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도착하면 심도깊은 조사를 통해 2014년 4월 16일 진실을 찾아내는 단초가 된다. 조사가 끝나면 세월호는 이제 그 임무를 다하고 보존전시 혹은 해체의 수순을 밟게될 것이다.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 1851)는 '영국 근대미술의 아버지', '영국의 국민작가'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터너는 구매자가 아무리 비싼 가격을 부른다고 해도 자신의 진정한 걸작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절대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작품 중 터너가 ‘애인’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주면서 절대 팔지 않고 끝까지 소장한 작품이 있다.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도 선정된바 있는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이다.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는 영국이 바다를 지배하며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트라팔가르 전투에서 활약한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를 묘사하고 있다. 영국 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테메레르가 그 수명을 다하고 해체되기 위해 템스 강에서 정박지로 예인되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낡은 테메레르와 앞에서 테메레르를 끌고 가는 근대문명의 산물인 증기선이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에서 테메레르는 마치 일생을 전쟁터에서 활약하다가 퇴역하는 노년병의 뒷모습처럼 구슬픈 비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본에서 마루에이 페리에 의해 '페리 나미노우에'라는 이름으로 진수하고, 청해진 해운으로 넘어온 후 '세월호'라는 이름으로 승객과 물자를 운송해온 강철선박은 이제 그 임무를 다하고 마지막 남은 진실만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참사의 그날을 간직하고 있는 '세월호'는 도선사와 함께하는 최후의 항해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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