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차라리 사슴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적어도 노루라도 되었으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 기껏 고라니가 말이라 우기니 참으로 웃긴다. 진시황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우겼던 간신 조고가 기가 막혀 울고 갈 판이다.

청와대에 가득했던 무슨 수석입네 하던 작자들이 그동안 준마인 줄 알았더니 모두 고라니들이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한 짓이 모두 그러한데 얼굴엔 그럴 듯하게 말가죽을 쓰고 있었던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라 전체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전혀 뉘우칠 줄 모른다는 거다. 심지어는 국정을 농단하기 위하여 깊이 의논까지 한 사람을 모른다고 딱 잡아떼기까지 하니 철면피도 유분수지 어떻게 저런 작자들이 그동안 일국의 대통령 참모라고 으스댔던가 싶다.

다급해지니까 모두 저 살겠다며 다른 사람이 시켜서 했다고 발뺌을 하고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장래에 국가를 이끌고 나갈 꿈나무 육성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가진 교육계에는 이런 고라니들이 없나? 교육감 옆에 밀착되어 있는 보좌관이나 교장 자격증 없는 공모교장을 이와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현장의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은 그래도 기우라고 생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그동안의 교육철학을 시대 변천에 맞춘답시고 슬그머니 바꾼 인사들의 언행이라는 것이다.

자기의 본색을 감추기 위해 그럴 듯하게 포장하거나 오히려 더 크게 자랑하지만 객관성을결여하면 어 쨌든 사슴도 아니고 노루도 아닌 겨우 고라니라는 평을 듣게 되기 십상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인데 이런 이들은 그 자리에 앉으면 역할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면서 자기가 앉는다.

세상일이 꼭 지조 있는 사람이 칭찬 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지조있게 살아도 그만큼 대접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아주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지조 있게 살지 말라고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지조는 인간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에 우리는 이를 강조하고 그렇게 교육한다.

인사권이 있는 사람은 보좌할 사람을 선택할 때 자기 앞에서의 언행만 살필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꼭 챙겨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고라니를 말로 보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거니와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라니가 가당찮게도 주인에게 뒷발질을 해대는 것을 아프게 겪어야만 한다. 많은 곳에서 고라니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말 흉내를 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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