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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희망으로

기사승인 2017.02.17  14: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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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한 해의 첫 보름날을 명절의 하나로 정해 놓고 즐기는 풍습이 있다. 그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하는 세시풍속이다. 일 년 중 가장 밝고 크다는 한강에 떠 있는 대보름달이 유난히 아름답고 선명하다. 자연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토의 겨울을 밀어내고 파릇파릇한 새싹과 함께 희망의 기운이 다가오는 봄의 초입이다. 봄은 따뜻하지만 갑자기 맹추위가 닥쳐오는 등 변덕스러운 기상변화가 심하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매서운 추위가 온 몸에 느껴지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차갑다는 것이 아닐까.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봄은 움츠러진 몸에 따스한 기운을 돋아주고 희망을 갖게 한다. 서로 다투듯 꽃망울이 터지는 생명력이 피부에 깊이 와 닿는다.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다짐하기도 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소망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싹이나 피는 꽃을 바라보고 즐길 뿐 곧 시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어리석게도 이룬 성공에 도취되어 금세 찾아올 실패라는 아픔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희망 속에 또 다른 절망이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주말에 친한 선배와 단둘이 청계산에 다녀왔다. 수북하게 쌓인 눈길을 걸으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시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평소 정치와 종교 등 이념적인 화제를 삼가는 편이지만 모처럼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국가와 정부의 개념이 주제가 되었던 것 같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보수와 진보단체의 집회에서 태극기와 촛불 논란은  이분법적인 대립관계 속에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부의 정책은 부정하고 반대할 수 있을지라도, 국가의 존재를 부정이나 반대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큰 틀에서 국가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정직하고 튼튼한 국가를 온전하게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코드> 저자 에이미 윌킨슨은 “세상의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신속한 결정, 대중의 관심 확보, 현명한 실패 경험 등 네 가지의 성공 DNA를 제시하였다. 이 세상을 변화시킬 지도층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의 4대 위험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시장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주요국 통화정책,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을 꼽았다. 특히 최근 국정농단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주요 리스크로 선정하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정치 · 경제 · 사회 · 안보 등 동시 국가위기 상태가 지속되는 한 희망이 아닌 절망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 어느 시인은 죽어서 물새가 되기를 소망하였다고 한다. 하루를 살아도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작은 만족감으로 하늘을 날며 찬 겨울에 맨발로 온종일 얼음을 쪼아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물새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노랫말이 있다. 살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처한 작금의 현실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자기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다툼과 분열로 인하여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지탱할 수 없다면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도도한 장강의 물결처럼 자연의 흐름이 봄을 재촉하듯이 비정상적인 상황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정상화 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지켜야할 본분이나 역할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요구된다. 찬란한 봄의 에너지를 기운을 받아 오늘 본 것 보다 내일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는 희망의 새싹이 자라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소박한 서민들이 지친 삶 속에서 정월 대보름달을 바라보며 그토록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일이다. 고난을 희망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충청일보 webmaster@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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