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온 나라를 뒤엎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위로는 '제 아무리 기세등등했던 최순실도 자식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유라가 공부를 잘했으면 이화여대를 그런 방법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잘난 사람 중에 자식 잘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자식으로부터 보상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경우이다.

 얼마 전 한화 그룹 총수의 셋째 아들도 망나니짓을 하다가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돈으로도 안 되는 자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적 질환을 가진 부모의 유전자 중 일부를 제거하고 건강한 사람의 유전자를 연결하여 세 부모의 유전자를 합성한 아기의 탄생이 성공한 것이다.

 이미 그 전에 유전적으로 필요한 아기를 만드는 일이 성공하였다.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자식의 치료에 필요한 골수를 얻기 위해서 부모가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배아 중에서 선택하여 임신을 하고, 태어난 아기의 제대혈을 이용하여 골수 이식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태어난 아기는 누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을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심지어 이제는 난자 없어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자를 만들어 자식을 낳을 수도 있게 되었다. 여성만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공식도 이제는 깨진 것이다.

 자식 때문에 속 썩는 많은 부모들에게 새해 벽두에 날아온 이런 소식이 희소식일까? 앞으로 완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속 썩일 일이 없는 자식을 둔 부모는 행복할까? 오늘날 자식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고 사는 부부들이 늘어나는데, 만약 완벽한 자식을 만들 수 있다면 많은 부부들이 자녀를 가지려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구 절벽 시대에 이건 희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새로 태어난 우수한 인간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다시 우열이 갈라지게 될 것이다. 진화에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지금 열등한 인간의 특성이 그 때에는 매력적인 특성으로 선택 받을 수도 있다. 인간의 선택은 단지 호불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식 때문에 열 받았던 일이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특성도 언젠가는 매우 매력적인 유전자로 선택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저 내 맘만 고쳐먹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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