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청권 갈등을 촉발한 KTX 세종역 신설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타당성 연구용역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X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 용역과 관련, 당초 지난해 말까지 최종 결과를 내놓기로 했으나, 연구 과정에서 최근 개통된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행 실적 반영을 이유로 오는 4월로 미뤘다.
연구용역 과정에서 수서발 SRT 개통으로 열차 운행 계획이 전면 수정됨에 따라 3개월치 SRT 운행 실적 데이터를 조사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철도시설공단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철도시설공단측의 입장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과업 수행기간 동안 현실적 여건과 미래 예측을 충분히 검토, 이를 토대로 최종 결과를 내놓는 것이 합당하고 논리적이다.
과업 수행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한다고 해서 이를 연구용역에 포함해야 한다면, 또 다른 변수가 돌출할 경우 연구용역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통 인프라 여건 변화는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사업 추진에 따른 변수의 폭이 크기 마련이다.
이러한 예측 가능한 변수들을 연구용역에 반영해야 한다면, 철도시설공단측이 제시한 3개월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연구용역이라는 것이 여건의 변화에 따라 예측치를 수정 반영해야 공신력을 높일 수 있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건의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연구 과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철도시설공단측이 연구기간 지연 이유로 내세운 수서발 SRT는 충분한 사전 검토와 연구를 통해 신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따라 추진됐으며, 5년 7개월의 공사 끝에 최근 개통된 사안이다.
신설 필요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물론, 공사 진행 과정에서도 충분한 운용 예측 조사를 거친 사안임에도 운행 실적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운행실적 반영이 굳이 필요하다면 1년치도 아닌 고작 3개월치 실적 반영으로 충분한 연구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단순히 철도 운영 문제가 아니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지역발전의 기회 상실 여부가 달린 중대한 일이다.
철도시설공단측의 연구용역 결과가 4개월 지연된다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심화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혼란마저 겹쳐 더욱 심각한 지역갈등과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런 점에서 신뢰성을 상실한 KTX 세종역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은 이제라도 즉각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번 연구용역 자체가 국가적 교통망 확충과 운영 편의성 검토 차원이 아닌,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입지 강화를 위해 태생된 만큼 연구용역의 합목적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연구용역은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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