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오늘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국회에 쏠린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이 표결되는 국운을 가르는 날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았지만, 민의가 반영된 국회 의결은 현 정국의 흐름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번 국회 표결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그런 만큼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민심을 있는 그대로 표결에 담아주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국정 농단과 헌정 질서 유린을 가져온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 의한 '최순실 게이트'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풍비박산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국정은 흐트러진 난맥상을 보이다 못해 아예 국정 공백 상태까지 갔다. 결국,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엄한 민심의 표출로 그의 진퇴를 결정하는 표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민의를 표현하는 열쇠는 국회의원이 쥐고 있다. 국민의 바람과 요구가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성 때문에 표결 당일인 오늘 이 시점까지 그 결과를 쉬 예측할 수 없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의석 분포 자체가 예상을 허용치 않는다. 정치권이 막판까지 표 단속을 해가며 신중한 접근을 하는 이유다.

 
국회의 탄핵 표결 역시 정치적 행위다 보니 정치적 셈법이 끼지 않을 수 없다. 여야 모두 표면적으로는 민심을 좇는다면서 탄핵을 추진했지만, 이면에는 정치적 유·불리, 특히 다가올 대통령선거를 대비한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분당 위기까지 왔다. 진통을 겪으면서 주류는 막판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대통령선거' 카드에 의지해 떠나려는 비주류를 잡으며 부결을 유도하고 있다.

 
주류는 이를 '명예로운 퇴진'이라고 하지만 이미 그 시기를 놓쳤다. 박 대통령 역시 자리 유지를 위해 승부수를 계속 던졌지만, 꼼수 비난만 받았다. 비주류 역시 탄핵 동참을 놓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장을 급선회했고, 촛불로 대변된 민심을 보고 다시 방향을 바꾸는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

 
야당 역시 탄핵 구도 속에서 더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해 파열음을 일으키는 걸 마다치 않았다. 대선을 겨냥해 저마다 어느 게 유리한지 계산하느라 무리수가 튀어나왔고, 국민은 이를 '헛발질'이라는 매몰찬 표현으로 평했다. 이 표현에 작금의 국정 마비를 보고 "이게 나라냐"며 들고 일어난 성난 민심이 거는 기대를 저버린 데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녹였다. 이러한 '따로 또 같이'는 탄핵 발의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서 극명하게 갈렸고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라의 주인은 국민, 헌법 제1조 2항도 이를 명문화했다. 더없이 중요한 오늘, 이 나라의 주인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혼란스러운 나라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슴 깊이 새기며 표를 던지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더도 덜도 말고 민심을 따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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