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길을 걷다보니 무언가 머리에 내려앉았다. 봄부터 자라나 여름 내내 그늘을 만들어주던 플라타너스 가로수 낙엽이었다. 둘러보니 구청에서 마련해놓은 낙엽수거 자루가 재촉하며 입을 벌리고 있다. 그처럼 푸름을 자랑하던 잎들도 얼마 남지 않아 너무 을씨년스럽다. 마치 요즘 최순실 사태로 인하여 분노와 자괴감, 상실감, 무기력증을 겪는 우리들 같다. 오죽하면 '순실증'이란 말까지 등장하였을까. 마이크 비킹의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를 읽은 교훈을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하고, 휘게(hygge·안락함)하여 안정되고 극복하도록 힘써야 하겠다.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 후보 중 하나가 '휘게'라고 한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박한 시간 등이 휘게라고 한다. 휘게(hygge)는 '웰빙'이라는 노르웨이어 단어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다. 덴마크 사람들은 "휘겔리한 시간 보내세요." "만나서 정말 휘게합니다" "정말 휘겔리한 거실이군요"와 같이 '휘게'와 '휘겔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하고, 일상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며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니…….

 '휘게'는 매일의 최선을 경험하는 데 있고, 휘게와 함께라면 세상 어디에서라도 행복해진다. 덴마크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가 휘게에 있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 누구나 이를 실천할 수 있으며, 휘게를 통해 보다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니 우리도 편안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휘게를 알기 전에는 행복의 순간, 행복의 개념이 두루뭉술하고 흩어져 있었다면, 알게 된 이후에는 행복의 이유와 행복의 추구가 명확하고 분명해지기에 알고 실천할 때 더욱 행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휘게 10계명에서 일러주는 것처럼 살아가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감사하고 만끽하며, 편안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고……. 행복은 결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 내 생활 속에 있으니까.

 지난 주말 5차 촛불집회가 헌정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위 연행자도 경찰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평화 시위에 외신들도 놀랐다고 한다. 월드컵 축구 응원 때처럼 신바람 나고 경사스러운 집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닌 국익을 앞세우고 나라사랑을 하며 모두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나쁜 소수가 아니고 올바른 다수이다.

 세계적으로도 너무 부끄럽고 국력을 탕진하는 이 소용돌이치는 최순실 난국을 수습하고 하루 속히 본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대통령의 3차 담화까지 했으니 거취는 국회 합의로 결정하고, 이제 냉철하게 경제와 안보 위기 등에 대처하며 함께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역동적으로 달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되찾고 지킨 나라이고, 어떻게 가난을 물리쳤으며, 어떻게 발전시킨 대한민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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