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을 통해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 돋보기’, 이번에는 현안 타개보다 집안싸움으로 날을 보내는 충북도의회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충청북도의회 의장 불신임 결의안이 두 번의 반려 파동을 빚었습니다. 여(與)와 야(野)의 한 치 물러섬 없는 강(强) 대 강(强) 대치 속에서 작금의 도의회 사태가 지역민을 위해 의정 활동을 편다는 의회상에 맞는 건지, 불신임안 처리 여부로 치고받을 정도로 안팎의 상황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건지 바라보는 주민의 억장은 무너집니다.

좌초 위기로 이시종 지사의 재임 공과에도 직결될 충청북도의 항공정비(MRO)사업 추진 과정을 짚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절차를 놓고 시작한 여야 갈등은 이후 모든 의정 활동을 뒤로 제쳐놓다시피 하며 소모적인 논쟁에 빠졌습니다. 의원들이 의장을 더는 신뢰 못 하겠다며 불신임안을 내고, 이를 반려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두 번씩이나 연출되는 게 현재의 충청북도의회 모습입니다.

지금 충북은 KTX 세종역 신설 여부를 놓고 비상이 걸렸습니다. 청주는 물론 대전의 인구까지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때 이를 가속할 수 있는 KTX 역마저 세우려는 움직임이 편치 않은 상황입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 이익을 위해 뛰고, 그걸 위해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해서 이춘희 세종시장이나 이해찬 의원 모두 공약으로 내세운 세종역 신설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지금의 세종시 건설 실무를 진두지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7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중진입니다. 그 역량이 가볍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충북으로선 지역 이익을 지키는 게 녹록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세종역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세종역 문제는 충북이 충분히 강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감대 또한 얻고 있습니다. 세종역은 충청권 동반 성장이라는 합의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타당성이 없습니다. 공조 원칙 속에 충청권 자치단체는 지역을 떼주면서까지 세종시 건설을 도왔습니다. 충북만 해도 알토란 같은 부용면(현 세종시 부강면) 일부를 양보했고, 충남은 공주시 장기면(현 세종시 장군면) 전부와 의당·반포·정안면 각 일부를 넘겨줬습니다. 모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건설 가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40여 ㎞밖에 되지 않는 오송~공주역 사이에 세종역을 신설한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역 간 거리가 짧은 마당에 또 역을 세우면 이 구간을 지나는 KTX는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합니다. 공주가 지역구이고 여당의 원내대표인 정진석 의원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안팎의 사정이 이런데 충청북도의회는 내부 문제로 시간과 기력을 소진하는 철없는 작태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양비론(兩非論)이지만 상대를 끌어안지 못하는 의장 및 여당이나, 기 싸움에서 지지않으려는 듯 싸움에 몰입하는 야당 모두 정신 차리길 바랍니다. 지금 그렇게 여유 있는 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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