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서장 때 인사권 '과장→계장·팀장' 위임
道 취임사서 의중 읽혀… 경정급 전보에 관심
집단지성 유도 등 실천하는 혁신에 주변 기대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지휘관과 참모, 참모와 직원 간의 권한 위임을 통해 역할과 책임을 배분, 그 속에서 자율과 책임이 적절히 조화돼 업무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부임한 박재진 충북경찰청장(사진)의 취임사 중 한 대목이다. 박 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4대 혁신에서 '역할 혁신'을 설명한 부분이다.

행간을 폭넓게 해석하면 청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참모(총경급)들에게 위임하고 이 권한을 넘겨받은 각 과장들은 계장과 팀장들에게 계원·팀원들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자율을 주되 책임도 엄중히 묻겠다는 것이다.

2010년 2월 박 청장이 총경 계급장을 달고 서울 수서경찰서장 재직 때 일이다. 당시 박 서장은 스스로 고안한 '적재적소 인사시스템'에 따라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권한을 파격적으로 과장들에게 위임했다. 인사권 위임 흐름도가 서장 → 과장 → 계장·팀장들로 그려졌다.

과장들 사이에서 유능한 계장·팀장들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고, 선발된 계장·팀장들은 우수한 직원들을 데려가기 위해 뛰어다녔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서 내에서 보직을 받지 못 해 지구대로 강제발령 조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6년 만에 '온전히' 지휘권을 확보해 첫 지방청장으로 부임한 박 청장이 수서서장 당시 감행했던 '인사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를 취임사에 고스란히 녹였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내년 초 단행되는 충북청 경정급 전보 인사에서 청장이 아닌 각 과장들이 인사권을 쥘 수 있다.

그 동안 충북청 계장들은 새로운 청장이 부임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계장 외에는 이동하는 경우가 전무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장이 인사권을 각 과장들에게 위임할 경우 서장들도 연쇄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 같은 박 청장의 파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대변혁이 예고된다. 박 청장은 일단 '쓸데없는 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기능 별로 시책을 만들어 청장한테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라고 주문했다.

그 동안 청장들이 '나를 따르라'는 자기주도적 업무 스타일이었다면 박 청장은 '집단지성' 체제를 유도하고 있다.

기안에서부터 사업 실행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구성원 간 토의와 토론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풀이된다.

매주 수요일 확대간부회의 때도 '보고거리'가 없는 부서 인력은 불참하라고 했다. 주말 격주로 청장과 차장이 주재하던 회의도 없앴다.

청장 대면 결재도 단순 글을 읽는 수준의 결과 보고 방식은 생략하라고 지시했다.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직전 보직인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때도 각 지방청 생안 기능 직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일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전언이다. '입'으로만 강조하던 혁신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혁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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