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청주대학교가 재정지원제한 대학 3년 연속 지정, 새 총장 선임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반발, 전 총장의 징역형 선고 등 거듭된 악재를 헤쳐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더 답답한 건 이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구성원 간 공조가 필수적인데 이게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단순한 대학을 떠나 지역과 함께 한 향토 사학으로 자리 잡고 있는 청주대의 작금의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김윤배 전 총장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2년이 덧붙여졌지만, 설립자 후손에게 징역형이 떨어진 것에 대해 학생과 교수, 교직원, 동문이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론 그가 교비를 빼돌려 엉뚱한 곳에 썼다며 고발한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밝혀질 게 밝혀졌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전국 지방대학 중 가장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의 전직 총장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구성원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 선고가 확정되면 김 전 총장은 학교법인 청석학원 이사직을 잃게 되는데 그 이전까지의 법정 다툼, 이사직에 변동이 있을 때 이해관계인 간 있을 수 있는 갈등과 대립으로 학교가 어떤 내홍에 휩싸일지 벌써 안팎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걱정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구성원 간 대화와 타협, 이해와 양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과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이 서로 상대를 불신하고 대화 상대로 인정치 않으면서 사태는 꼬일 대로 꼬여 가고 있다.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기에는 지금 상황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너무 멀리 가버렸고 수렁을 벗어나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다.

3년째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뒤 기존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하면서 새로 뽑은 총장만 해도 상황을 여전히 안일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내 문제로 시끄러운 데다 내리 3년간 부실대학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구원 투수'역할을 할 총장을 기대했지만, 이사장이 자리만 바꿔 총장으로 앉았다. 학교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한 책임이 누구보다 큰데도 다시 그에게 학교 경영을 맡겼다.

정치권에서 종종 들리는 '회전문 인사'와 다름없는데 이래서야 어떻게 학교에 불어 닥친 험난한 파도를 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구성원의 반발이 이어질 만하다. 이제 그 총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학교를 둘러싼 난제를 어떤 자세,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우려를 기우(杞憂)로 만들지 지켜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총장 혼자 뛰는 것으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구성원 모두 소속감을 갖고 학교 살리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 총장이 그 물꼬만 튼다면 할 일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웬만한 학내 문제는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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