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 의혹에 대한 동시 수사를 진두지휘할 특별수사팀장에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임명됐다.

애초 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의 개별 수사 부서에 맡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국민 신뢰 확보와 철저한 의혹 규명을 위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맡기기로 결정됐다.

수사 결과에 따른 파장을 고려한 판단으로 읽힌다. 이 사건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인만큼 수사과정과 결과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누가 지휘할 지에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으나 검찰은 특별수사팀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윤 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그 동안 굵직굵직한 대형 사건을 무리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정한 수사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신망도 두텁다.

이러한 윤 팀장의 임명을 곱지않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별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윤 팀장이 수사 대상자인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인데다 검찰에서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여러번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윤 팀장이 '우병우 라인'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윤 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데 우 수석이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팀장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어제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한 윤 팀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사건을)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신속하게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결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 자세로 (수사에)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동기인 우 수석을 수사하는데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인연들 갖고 수사를 논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이 됐든, 누가 됐든 정도를 따라 갈 것"이라며 "그 속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제가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에 따른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한 것이다.

우 수석이 검찰 내 포진된 '사단'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사정보를 보고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윤 팀장은 "걱정 안 하도록 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윤 팀장의 몇마디 말에 불식되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수사의 공정성을 천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없다.

결국 윤 팀장만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수사결과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그저 검사의 소임만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검찰 내·외부 등 여러 통로에서 온갖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수사팀을 괴롭힐 것이 뻔하다.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사건이기 때문에 그 부담감도 크리라 여겨진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은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그저 잘잘못을 가린다는 초심으로 수사한다면 국민들은 검찰의 발표를 신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