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직(職)이 아니라 집을 택했다는 조롱을 떨쳐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3기 청와대 비서실 핵심 참모진 세 명이 바뀌었다.

4선의 중진인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기정 정무수석 비서관 후임에 기용됐고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이 각각 김조원 민정, 김거성 시민사회 비서관 후임으로 발탁됐다.

앞서 노영민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비서실 1실장 5수석 전원은 문 대통령에게 집단 사의를 표했다.

노 실장의 경우 후임을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없어 일단 보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초가을 쯤으로 예상됐던 청와대 인사가 이렇게 앞당겨진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악화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대적으로 공약하고도 지키지 못한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진의 다주택 매각은 부동산 정책에 누적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기부금 유용 의혹, 집값 폭등에 의한 3040 세대들의 불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등에 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이 더해져 민심 이반이 가속됐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6인 중 노 실장과 김조원 민정, 김거성 시민사회, 김외숙 인사 수석 등 네 명이 다주택자로 밝혀지면서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이와 맞물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도 가파르게 낙하하면서 현 정부 들어 당정이 가장 힘겨운 국면에 처했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이런 분위기 쇄신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실장 등 즉각 교체되지 않은 나머지 인사들 역시 상황을 볼 때 계속 유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는 이미 해묵은 말이지만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즉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통령 고위 보좌진 인사는 곧 주요 국정 메시지로 읽힌다.

새로 발탁된 인물들과 새로 발탁될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일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친 문재인의 주류로 분류되는 최 전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여야 협치와 상생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국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분위기 쇄신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임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일을 새로 벌이기 보다 지금까지 벌여온 일의 결실 맺기를 중시하게 마련인 점을 고려, 냉철하게 정세를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균형감각을 통해 국정의 중심을 세워야 함이 마땅하다.

대통령 보좌는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이다.

끝을 모르게 장기화하는 코로나19에 집값 불안에다 작금의 물난리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삶은 고단함을 넘어 피폐해질 지경이다.

당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단순한 분위기 전환을 넘어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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