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망자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진영 논리에 빠져,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는커녕 해당 여성에 대한 비하까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더해 분노까지 차오르게 한다.

먼저 박 시장에 대한 비난에도 도가 지나치고 있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에 대해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여부롤 놓고 격론이 일고 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옳고 그름을 놓고 논란이 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부 보수를 가장한 사람들의 행태는 눈으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

특히 보수를 빙자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북악산 현장을 찾아 고인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행태이다.

또 박 시장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광장 주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고인에 대한 예의조차 상실했다.

이것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도 어긋나는 행동이어서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이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서울시 직원에 쏟아지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은 선을 넘어 범죄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연일 이 직원에 대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일부 SNS 상에는 수위를 넘은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직원을 '꽃뱀'에 비유한 플래카드가 박 시장 빈소 앞에 한 때 펼쳐지기도 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지난 10일 오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을 색출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시장 비서실 근무자 관련 자료를 언급하며 박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찾고 있다고 적었다.

또 SNS 에서는 박 시장의 전 비서라는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이에 경찰까지 나서 엄중 조치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경찰은 "온라인 상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해 사건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해를 고지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일부 유명 인사들까지 가세한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여권 지지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2차 가해가 박 전 시장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로 나뉘어 서로를 비난하고 가해를 하는 것은 박 시장에게도, 고소한 서울시청 직원 그 누구에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으로 두 사람에 대한 피해를 넘어 가해를 가하는 어리석은 짓은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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